9월20일. <한겨레> 1면. 최순실. <한겨레> 1면…1면…1면. 박근혜. 정유라. 안종범. 촛불시위. 전국언론노동조합. 제26회 민주언론상 본상. 이들의 인과관계는 상상에 맡긴다. 오늘(24일) 밤 시상식 앞두고 그 주인공 6명이 편지를 쓴다.
박근혜 대통령께 -대통령은 최순실의 ‘바비 인형’이었습니다. 최순실씨가 입히고 재우고 먹여줬으니까요. 낡은 인형에 에나멜 칠하듯 보톡스도 맞혔겠지요. 이제 진열창 깨고 나오세요. 자글자글한 주름 드러내고 ‘인간 선언’을 해주세요.(김의겸 선임기자)
최순실씨에게 -아직도 의문입니다. 무슨 재주로 박 대통령을 ‘조종’했는지. 우정? 돈? 아니겠죠. 무속, 영세계, 혼, 우주, 이런 말이 더 솔깃합니다. 진짜 묻고 싶은 건 당신이 본 ‘언니’의 실체. 어떻게 앵무새처럼 당신의 말 따라 하게 됐는지.(류이근 기자)
정유라씨에게 -승마 마장마술은 규정된 코스 따라 말이 얼마나 품위 있게 걷는지 보는 종목입니다. 당신 삶이 어때야 하는지, 당신 종목이 충분히 얘기해줬는데. 그 말을 듣지 못했군요.(송호진 기자)
안종범씨에게 -후회하고 계시나요? “최순실을 모른다”셨던 말씀 속에 담긴 고민 생각합니다. 수석으로 청와대 정점에 선 순간, ‘최씨 일 돌보라’는 임무는 얼마나 맥 빠지는 것이었을까요.(방준호 기자)
이화여대 교수 ㄱ씨에게 -권력의 맛은 어떠한가요. ‘중국 학점관광’에 ‘달그닥 훅 리포트’까지, 정유라에게 ‘꽃길만 밟으라’ 한 당신. 제자들 눈빛은 왜 돌아보지 못했나요. 청와대로 놓인 ‘꽃길’ 상상한 것은 아니었나요.(고한솔 기자)
정윤회씨에게 -“이혼 전엔 국정농단 없었다” “이런 엄청난 불장난 누가 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죠. 틀렸습니다. 이제 당신 차례입니다. 당신을 만나러 갑니다.(하어영 기자)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한겨레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 풍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의겸 선임기자, 하어영 기자, 방준호 기자, 류이근 기자. 10월25일 촬영. 고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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