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횡령과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피고발인 조사를 받으러 나와 ‘가족 회사인 정강의 자금 유용 여부’를 묻는 기자를 노려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검찰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요리할 수 있을까. 김남일 기자(정치부)가 2010년 대검 출입 시절 경험한 우병우 캐릭터의 일단을 전해준다. 우 전 수석이 범죄정보기획관에 이어 수사기획관 맡던 때였다.
-기자 째려보던 눈빛에 기시감 느꼈다던데.
“거기엔 ‘굴욕감’도 있었겠지만, 전 ‘무시’를 읽었어요. 예전에도 가끔 질문받고 ‘아무개 기자는 수사하면 안 되겠어’라고 대꾸. ‘내가 피의자라면 그런 질문에 말하겠냐’는 거죠. ‘너 취재 못한다’는 완곡어법.”
-하나 마나 한 질문이었다는?
“우병우한테 ‘악마적 매력’ 있다고들 하죠. 검찰 들어서며 자기 몰아세우는 날카로운 질문 기대했을 수도. 2009년 대검 포토라인 서던 고 노무현 대통령 떠올라요. ‘한 말씀 해달라’고 한 기자가 묻자 지그시 고개 돌려 쳐다보던. 회한과 처연함 담긴 눈길. 완전 대조되죠.”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어느 날 자기 방에서 <장자> 보여주며 ‘포정의 칼’ 아냐고 묻더군요. 칼잡이라는 자부심.”
-약한 모습 접한 적도 있다고.
“2014년 청와대 간다는 정보 입수하고 밤 11시쯤 전화했더니 부인하는 투로 말했어요. 이튿날 아침 전화 걸어와 ‘내가 정말 청와대 가면 안 될 것 같아?’라고 슬쩍 떠보더라고요. 그런 경우 처음.”
-‘조사실 팔짱’ 사진 본 소감은?
“대통령 앞에서도 혼자 양복 깃 여미지 않았는데 피의자 우병우라고 다를까요. 앞으로 해도 우병우, 뒤로 해도 우병우죠.”(웃음)
-집 압수수색 당했는데, 다시 검찰에 소환될 수도.
“돈 많고, 젊잖아요. 권력의 정점과 추락 다 겪었고. 이번 기회에 회고록 쓰면서 인생 노선 바꿔보라 권해드리고 싶어요.”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