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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남·용산 중상류층 “대통령 수사 받고 임기뒤 처벌받아야”

등록 2016-11-09 18:49수정 2016-11-09 22:12

이것이 민심이다⑤ 강남·용산 중상류층

“경제 어려워지면 약자들만 피해”
대통령 퇴진보다 국정안정에 방점
같은 지역 30~40대는 다른 분위기
“정유라 부정입학에 애키울 맛 안나”
서울 용산구 최고급빌라 ‘한남더힐'은 유명 연예인과 재벌가 사람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으로도 알려진 곳이다. 100평형 펜트하우스가 80억~84억원(3.3㎡당 8300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비싼 주거지이기도 하다. 단지 내엔 일본 작가 구사마 야요이의 작품 ‘호박’이 전시된 커뮤니티센터가 있고, 외부 보도에는 열선이 깔려 있어 한겨울에도 얼음이 얼지 않는다.

이 단지에 거주하는 60대 중반 윤아무개씨는 제조업체 대표다. 제품의 90%를 수출한다. 그는 “미국, 유럽, 중동 바이어들이 ‘너희 나라 대통령이 샤머니즘에 빠졌느냐’고 물어본다. 곤란해 죽겠다”며 “최근 한진해운 사태 이후 수십만달러 손해를 봐 속이 타들어가는데, 정말 황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업하는 친구들도 ‘술맛 떨어지고 창피하니까 그 얘기는 하지 말자’고 하더라. 다들 부끄러워한다”며 “대통령이 지시한 것으로 나왔으니 수사를 받고, 임기가 끝나면 벌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경제가 걱정이다. “대통령이 두 번이나 사과했고, 수사받겠다고 했다. 내치는 책임 총리에게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 안보만 챙긴다면 대통령이 양보할 수 있는 건 다 한 것이다. 분쟁을 더 일으키면 국가적으로 더 손해다.”

최근 <한겨레>가 만난 박근혜 대통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중상류층들은 국정농단 사태로 박 대통령에게 실망하는 분위기가 강했다. 하지만 해결책으로는 ‘대통령 퇴진’보다 ‘안정적 관리’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서울 성북동 저택에 거주하는 해운업체 고위임원 정아무개(68)씨도 이런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외국 회사들이 한국 선사들에 재무제표를 다 내놓으라고 한다. 검사를 해보고 통과돼야만 입찰 자격을 주겠다는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선 대통령이 힘을 가지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한다. 거국중립내각을 꾸리는 등 약간의 제한을 두더라도 대통령이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노동자와 실업자, 가난한 사람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하야까지 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지지율이 5%까지 폭락한 상황이지만 박 대통령을 더욱 강한 어조로 옹호하는 이도 만날 수 있었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고급 아파트에 거주하는 은행 임원 출신의 박대원(75)씨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을 기권하면서 북한에 허락받은 건 왜 말 안 하나. 박 대통령이 돈 먹은 것도 아니지 않나”라며 “대통령이 잘못한 게 있지만, 야당과 언론이 국정을 마비시키는 것이 더 심한 국정 농단”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4일 박 대통령의 두번째 사과 이후 전통적 지지층 사이에선 지지율 반등 조짐이 보인다. 여론조사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4일까지 남녀유권자 2528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60대 이상과 새누리당 지지자 등 ‘콘크리트 지지층’에서 지지율이 올랐다. 일간 집계를 보면 60대 이상에서 박 대통령 지지율은 3일 23.5%에서 두번째 사과를 한 4일 28.4%로 올랐다. 새누리당 지지층의 지지율도 같은 기간 36.9%에서 42.6%로 올랐다.

반면 아직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층이 많은 30·40세대는 같은 지역에서도 분위기가 달랐다. 지난 대선에서 박 대통령을 뽑았던 서울 서초구 주민 송아무개(49)씨는 최근 뉴스를 보다 스트레스를 받아 두통을 느끼고 헛구역질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생과 고3인 두 아이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데,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부정 입학한 걸 보면 아이 키울 맛이 안 난다. 당연히 퇴진해야 한다. 버티는 게 너무 뻔뻔하다”고 말했다.

강남구 학부모들끼리 만든 비공개 인터넷 커뮤니티 분위기도 박 대통령에게 싸늘했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주민 전아무개(46)씨는 “우리끼리 모이는 인터넷 비공개 카페에선 원래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요즘은 다르다. ‘박 대통령 찍은 내 손을 자르고 싶다’, ‘별 고민 없이 찍은 것 같아 반성한다’, ‘촛불집회에 갔다 왔다’ 등의 글이 많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에 살며 초등학교 5학년, 고등학교 1학년인 자녀를 키우는 정아무개(41)씨는 “측근들은 분명히 다 알고 있었을텐데, 그것을 모른척하면서 자신들의 이익만 챙긴 것 아니냐. 새누리당도 반성해야 한다”며 “지금이라도 이런 사실이 밝혀져 다행이다. 이번 일로 조금 더 나은 나라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끝>

김지훈 양선아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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