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10월25일의 사람, 7대 카디건 백작 제임스 브루더넬(1797~1868)
등록 2016-10-24 20:34수정 2016-10-24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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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돌격과 내가 입은 카디건
일러스트 오금택
1854년 10월25일, 크림 전쟁 중 발라클라바 전투. 영국군 장교 제임스 브루더넬 백작은 기병대를 진격시키라는 명령을 받는다. 러시아군 포병이 진을 치고 있는 계곡 사이로 말이다. 누가 봐도 황당한 지시였지만, 브루더넬은 확인도 해보지 않고 병사들을 사지로 보냈다. 대포가 삼면에서 불을 뿜었고 몇 분 사이에 기병대는 전멸. 고향에서 마음 졸이며 기다리던 부모형제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소식이었다.
능력 대신 출신을 중요시하는 풍조 때문에 일어난 참극. 당시 영국의 여론이 들끓었다. 브루더넬 백작은 귀국하자마자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다. 그러나 곧이어 1857년에 인도에서 영국 지배에 저항하는 세포이 항쟁이 일어났고, 영국 본토는 애국주의의 열풍에 휩쓸렸다. 제국주의 시절의 ‘국뽕’이랄까. 사람들은 발라클라바 전투를 잊었고 재판은 흐지부지. 브루더넬은 정계에도 진출하며 잘 먹고 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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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유산을 남겼다. 무능하지만 멋쟁이였던 브루더넬. 스웨터의 앞자락을 터서 단추로 여몄다. 부하 장병들도 이 예쁘고 편한 옷을 입었다. 재판이 입길에 오르며 옷도 덩달아 유명해진다. 브루더넬이 제7대 카디건 백작이었기 때문에, 옷 역시 ‘카디건’이라 불리게 되었다고.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