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다] 10월20일의 사람, 시민군에 죽임당한 무아마르 알카다피(1942~2011)
등록 2016-10-19 19:05수정 2016-10-19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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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한국 지식인들에게 후한 평가 받았던 독재자
일러스트 오금택
한때 괜찮은 사람이라고 했다. 여느 제3세계 지도자와는 다르다고 했다. 1969년, 27살의 나이에 쿠데타를 일으킨 것도 단순한 권력욕 때문이 아니라 타락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고 했다. 아랍연방공화국이나 아프리카연합을 시도한 것도, 국제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초강대국에 맞서는 시도라고 했다. 내가 1990년대에 읽고 들은 이야기들이다. <그린북> 등 카다피의 저서가 국내에 소개되기도 했다. 우리 사회 지식인들이 유독 카다피한테는 평가가 후한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리비아의 근대화 성과가 인상적이라? 리비아 대수로 공사에 한국 기업이 참여해서? 카다피가 한때 탈식민주의를 표방하며 미국과 맞섰기 때문에?
2011년 10월20일, 시민군의 손에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던 카다피. AFP 연합뉴스
아무려나 다 지난 이야기다. 2011년에 리비아에서 민주화운동이 일어나자, 카다피의 실체가 드러났다.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잔인하게 학살했고, 물러나라는 요구를 묵살해 내전을 일으켰다. 결국 카다피 역시 흔해빠진 독재자에 지나지 않았다. 10월20일, 시민군의 손에 잡혀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카다피의 42년 독재가 끝났지만 좋은 시절이 바로 오지는 않았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