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당 정권 시절에 유명한 정치깡패였다. 무얼 바라고 이 더러운 일을 맡았을까. 고향인 경기도 이천에서 국회의원이 되고 싶었단다. 평소에 ‘지역구 관리’도 열심이었다나. 그러나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았다. 1958년, 국회의원 선거에 이길 자신이 없던 이기붕이 이정재가 닦아놓은 지역구를 가로채 얌체 출마한 것이다. 이정재는 이때부터 내리막을 걸었다. 1960년 4·19혁명으로 자유당 정권이 무너질 무렵에는 정치깡패도 거물도 아니었다.
죽을 때도 이용당했다. 1961년 5·16 쿠데타 이후 집권한 군부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애썼다. 정치깡패로 유명했지만 정작 세력은 없던 이정재가 써먹기 딱 좋았다. 5월21일에는 군인들이 이정재 목에 ‘깡패’라는 팻말을 둘러 시내를 다니며 조리돌림을 했다. 사형도 다른 자유당 시절 인사들보다 두 달 먼저, 따로 집행했다. 10월19일의 일이다.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서중석 교수는 이정재의 처형이 정치적 쇼였다고 본다. “1958년부터는 끈 떨어진 뒤웅박” 신세였으니 “몇 년 징역형을 때리”면 충분했으리라고. 아무려나, 동정하기는 애매하다. 나쁜 짓을 많이 하긴 했다. 이기붕이 2인자가 된 것도 이정재의 공이니, 자업자득이랄까 아이러니랄까.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