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 대혁명이 일어났을 때 프랑스의 많은 시민은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며 기뻐했다. 자기들이 억압받는 처지였으니까. 그런데 1791년 카리브해의 흑인 노예들이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며 아이티 혁명을 일으키자, 같은 사람들이 혼란에 빠졌다. 이번에는 자기들이 억압하는 쪽이었으니 말이다.
혁명지도자 투생 루베르튀르는 백인과 흑인이 함께 사는 아이티를 꿈꾸었으나, 백인에게 배신당하고 프랑스로 끌려간다(1803년 옥사). 뒤를 이은 장자크 데살린이 프랑스 군대를 물리치고 1804년에 아이티의 독립을 선언한다. 흑인이 혁명으로 세운 첫 번째 근대국가였고, 미합중국에 이어 아메리카 대륙의 두 번째 독립국이었다. 노예 출신들이 이룬 쾌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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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이야기는 껄끄럽다. 백인을 적대시하던 데살린은 백인 수천 명을 학살한다. 정치도 삐걱거렸다. 스스로 황제가 되었고, 옛 동지들을 적으로 돌렸다. 얼마 못 가 쿠데타가 일어나 ‘아이티의 황제 자크 1세’는 살해당한다. 1806년 10월17일의 일이었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