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국가 원수를 두고 유명한 농담이 있다. 머리 벗겨진 사람이 한번, 머리털 빽빽한 사람이 한번, 번갈아가며 자리를 맡는다는 것이다. 레닌과 스탈린, 흐루쇼프와 브레즈네프, 잠깐이지만 안드로포프와 체르넨코를 거쳐, 마지막 서기장 고르바초프까지 말이다. 그런데 내가 따져보니, 머리털 없는 지도자는 개혁적이고 털이 무성한 지도자는 반대더라. 흰소리라는 건 나도 아는데, 아무튼 스탈린을 비판한 대머리 흐루쇼프와 반대로, 스탈린을 치켜세우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가 머리털은 물론이고 눈썹까지 수북했다는 사실이 신기하기는 하다.
흐루쇼프를 밀어내고 브레즈네프가 권력을 잡은 날이 1964년 10월13일이다. 스탈린의 정책을 뒤집은 흐루쇼프의 정책을 다시 뒤집었다. 문화건 정치건 다시 통제를 강화했다는 뜻이다. 그나마 스탈린 때처럼 사람을 무더기로 죽이지는 않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랄까.
김태권 만들고 이은경 찍다
집권 기간이 너무 길었다. 말년에는 자아도취에 빠졌다. 자기 자신한테 훈장을 주고 기뻐했다. 판단력도 흐렸던 것 같다. 1979년 12월에는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다. 이 전쟁으로 소련의 국운은 가파른 내리막을 탄다. 1982년에 브레즈네프는 숨을 거두었고 결국 소련은 십년도 못 가 무너진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