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 아니, 누가 용의 비늘을 보았는가. 디지털사진팀 박종식 기자가 보았다. 사진까지 찍었다. 요즘 신문과 방송에 유통되는 최순실의 얼굴은, 대부분 <한겨레> 크레딧을 단 그의 사진이다. 검은 선글라스, 빨간 셔츠, 하얀 모자와 바지와 신발. 그는 어떻게 비늘을 찍었는가.
-2013년 7월19일 오후, 과천 서울경마공원 스탠드에 있는 최순실씨를 찍었죠?
“이혼하기 전 정윤회-최순실 부부 딸(당시 고2)의 마장마술대회가 거기서 열렸거든요. 사회부 소속이던 박현철 기자가 승마선수 부모들한테 제보를 받았대요. 그때는 박근혜 대통령의 ‘숨은 실세’인 정윤회씨의 승마협회 압력을 취재하러 간 거였죠.”
-몰래 찍었겠네요.
“반대편 대각선 방향 200여m 거리. 스탠드 위 나무에 숨어 300㎜ 망원렌즈로 300여장 찍었어요.”
-바로 앞에 가보기도 했을 텐데.
“코앞에 가서 어슬렁거리다가 뒤편으로 돌아 살피기도 했죠. 맞는 사람인지 확인 위해. 부부 아닌 줄 알았어요. 좀 떨어져 있고 대화도 없고 해서. 승마경기 중인 딸한테 가는 걸 보고 엄마구나 했죠.”
-최순실의 눈은 못 찍었어요. 어떤 사람 같았죠?
“선글라스를 한 번도 안 벗어 아쉬웠죠. 후덕한 인상. 꾸미는 걸 좋아하는 듯했고요. 한 사람이 집사처럼 옆에 착 붙어 있었어요. 다른 세계에 사는 귀족 같다고 할까.”
-취재기자가 인터뷰 시도할 땐 사진 못 찍었죠?
“정윤회씨가 촬영 거절했어요. 인터뷰 어그러질까 봐 더 요청 안 했고.”
-최순실 사진이 참 희귀해요.
“어릴 때부터 노출 꺼리는 게 몸에 배지 않았을까요? 아버지도 베일에 싸인 인물이었잖아요.”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2013년 7월19일 오후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한겨레> 박종식 기자에 의해 포착된 정윤회(왼쪽) 최순실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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