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질 수도…오래된 지층대 오대산지진 땐 달랑 4번뿐
규모 4.5의 지진이 19일 저녁 8시33분 일어나는 등 지난 12일 경주 지진의 여진이 20일 오후 7시 현재까지 403회 발생했다. 하루 평균 45번의 지진이 일어난 셈이다. 2007년 규모 4.8의 오대산 지진 때는 여진이 당일 3회와 다음날 1회 등 달랑 4번뿐이었다. 1996년 영월 지진 때도 규모 2.5 이상 여진이 13회 일어났을 뿐이다. 경주에서는 왜 여진이 오랫동안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 지역 단층대의 속성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경주가 위치한 양산단층대는 신생대 제3기 마이오세(2600만~700만년 전)에 형성돼 지질시대로는 비교적 근래에 해당한다. 단층이 만들어진 시기가 오래되지 않아 그만큼 지질구조가 연약하다고 봐야 한다. 비유하자면 상처가 아문 지 얼마 안 돼 같은 충격이어도 고통이 더 크고 오래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오대산 지진이나 영월 지진의 경우 고생대(5억8000만~2억2500만년 전) 때 형성된 옥천습곡대 경계에서 일어난 것이어서 지질구조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다는 것이다.
한반도는 고생대에 낭림·경기·영남지괴 등 3개의 땅덩어리가 합쳐져 생성됐다. 이때 사이사이에 임진강습곡대와 옥천습곡대가 끼어들었는데, 오대산 지진이나 영월 지진은 이 경계지점에서 발생했다. 반면 경주 지진의 원인인 양산단층의 경우 마이오세 초기 한반도가 일본과 붙어 있을 당시만 해도 판 경계부의 활동지대에 위치해 있었다. 1500만년 전께 동해를 사이에 두고 일본이 완전히 떨어져 나간 뒤에야 양산단층은 판 경계부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양산단층대에 모량·동래단층 등 많은 단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과거에 암반들이 많이 파쇄됐고 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했다.
경주 지역의 지질구조는 여진의 지속 기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손문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는 “200㎞에 이르는 양산단층대에는 눈에 띄는 단층 말고도 이름 없는 단층들이 수없이 많다. 규모 5.8이면 지하에서 단층이 7㎞ 정도 깨진 것으로 본다. 나머지 해소되지 않은 응력이 주변에 자극을 주면서 여진이 이어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1년 넘게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태경 교수도 “일반적으로 규모가 커지면 여진의 빈도수나 규모, 지속 시간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만 같은 규모라도 지속 시간이 다를 때가 많다. 경주 지진의 경우 주향이동단층의 가로방향(횡적방향)보다 세로방향(수직방향)이 길어 빈도수와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클 수 있다”고 말했다.
전진과 본진, 여진은 편의상 구분하는 것이지 어느 지진이 본진에 해당하는지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이윤수 책임연구원은 “전진과 본진, 여진은 학계가 경험적으로 정형화해놓은 패턴으로 자연현상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지 못한다. 작은 규모 뒤 더 큰 지진이 발생한 일본 구마모토 지진은 분절돼 있는 줄 알았던 활단층대가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손문 교수는 “역사서들의 지진 기록을 보면 17세기에 우리나라에서 본진과 여진을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지진이 오랜 기간 자주 일어났던 시기도 있었다”고 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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