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서 규모 5.8 지진…1978년 관측 이래 최대
진앙지서 27㎞ 떨어진 월성원전 1~4호기 가동 중지
벽 무너지고 물탱크 파손 등 피해신고도 잇따라
진앙지서 27㎞ 떨어진 월성원전 1~4호기 가동 중지
벽 무너지고 물탱크 파손 등 피해신고도 잇따라
경북 경주 인근에서 12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대인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을 비롯해 대전, 강원 산간지역, 제주 등 전국에서 진동이 감지됐다. 경주 인근은 세계 최대원전 밀집지역 주변이라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컸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날 밤 12시께 매뉴얼에 따라 경주 인근 월성원전 1~4호기를 수동 정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월성 1~2호기는 월성 1~4호기와 부지 특성이 달라 수동 정지하지 않고 정상가동 중이다.
기상청은 12일 “오후 7시44분에 규모 5.1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역에서 발생한 데 이어 8시32분에 첫 번째 진앙에서 북서쪽으로 1㎞ 떨어진 곳에서 다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규모 5.8의 지진은 1978년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지진이다. 1978년 속리산지진(5.2)과 홍성지진(5.0)이 남한 육상에서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큰 지진이었으며, 오대산지진(2007년·규모 4.8), 영월지진(1996년·규모 4.5)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지진의 진앙지로 지목된 경주시 내남면 부지리는 월성 원전에서 27㎞, 고리 원전에서 50㎞ 떨어진 곳이다. 첫 진앙과 두 번째 진앙의 거리는 직선으로 불과 1.4㎞, 진앙의 깊이는 15km로 파악됐다. 가장 강력한 지진을 전후로 밤 12시 현재 91차례나 여진이 발생했다.
이날 경주에서는 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이날 지진으로 동서발전 소속 울산 엘엔지 복합화력 4호기의 가동이 자동으로 멈췄다가 5시간만에 재가동됐다. 경주시 황성동 한 아파트에서는 물탱크가 파손됐고, 성동동 아파트 단지 등에서 상가건물 기와가 떨어지고 지붕과 유리창이 파손되는 등의 피해 신고가 잇따라 접수됐다. 부산 지하철은 1차 지진 때 5분, 2차 지진 때 2분 동안 운영이 중단됐다. 전국적으로 통신량이 늘어나면서 카카오톡 메신저도 한때 불통됐다.
경주, 부산, 울산 등 진앙지에서 가까운 대도시 주민들은 지난 7월 발생한 울산 앞바다 지진(규모 5.0)에 견줘 이번 진동이 1~2초가량 더 오래갔다며 불안에 떨었다. 이아무개(38·부산 금정구 장전동)씨는 “5층짜리 집에 살고 있는데,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지난 7월 느낀 흔들림이 그대로 다시 느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남아무개(39·부산 남구 대연동)씨도 “아파트 38층에 살고 있는데, 머릿속이 하얗게 돼 아이들 셋을 감싸 안고 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이날 밤 9시30분 현재 지진 진동을 느꼈다는 등의 119신고가 3만7267건 접수됐으며 부상자 2명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일부 가벼운 건물 균열과 텔레비전 엎어짐 등 34건이 신고됐으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대책본부는 덧붙였다.
기상청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로선 지진해일 가능성은 적고 정확히 예측하긴 어렵지만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원전 밀집지대 인근의 지진은 지난 7월5일 밤 울산 동쪽 해역 52㎞ 지점에서 일어난 지진에 이어 두 번째다. 이근영 선임기자, 부산/김영동, 원낙연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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