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인근에서 규모 5.8의 지진이 발생했다. 서울에서도 미세한 진동이 이어지는 등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기상청은 12일 “오후 8시32분 규모 5.8의 지진이 경북 경주시 남남서쪽 9㎞ 지역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 지진은 같은 지역에서 오후 7시44분께 규모 5.1에 이은 두 번째 지진이다.
규모 5.8은 1978년 기상청에서 공식적으로 지진 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로 큰 지진이다. 1978년 속리산지진(5.2)과 홍성지진(5.0)이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로 큰 지진이었으며, 영월지진(1996·규모 4.5), 오대산지진(2007년·규모 4.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지진으로 인해 진앙지인 경주에서 가까운 울산, 대구, 부산을 비롯해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됐다. 경주시에서는 주민들이 아파트 밖으로 쏟아져 나오고 휴대전화가 불통되는 등 혼란이 이어졌다. 부산과 대구에서도 고층건물이 흔들린다는 증언이 이어졌고, 지진 영향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카카오톡 메신저도 한때 불통됐다.
12일 오후 경북 경주시 남서쪽 9㎞ 지역에서 규모 5.1과 5.8의 지진이 잇따라 발생, 경주시 성건동의 한 가게에 쌓여 있던 상품들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연합뉴스
지진에 놀란 경주, 부산, 울산 시민들은 아파트 밖으로 뛰쳐나와 대피했다. 지난 7월의 지진에 견줘 이번 지진동이 1~2초가량 더 오래간 것을 느끼고 불안에 떨었다. 이아무개(38·부산 금정구 장전동)씨는 “5층짜리 집에 살고 있는데, 집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아이를 안고 부랴부랴 집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지난 7월 느낀 흔들림이 그대로 다시 느껴져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남아무개(39·부산 남구 대연동)씨도 “아파트 38층에 살고 있는데, 건물이 흔들려 속으로 겁이 났다. 머릿속이 하얗게 돼 아이들 셋을 감싸안고 바닥에 가만히 엎드려 있었다”고 말했다. 부산시 소방본부는 “저녁 8시 현재 지진 관련 신고가 1200여건 접수됐고, 피해 신고는 없다”고 밝혔다.
경주와 이웃한 울산에선 119종합상황실에 지진과 관련해 정확한 원인과 피해상황을 문의하는 전화가 폭주했다. 울산 남구 삼산동에 사는 주부 김아무개(56)씨는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거실 창문과 함께 바닥까지 심하게 흔들려 크게 놀랐다. 얼마전 지진 때보다 진동이 더 컸던 것 같다.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인근은 세계 최대 원전밀집지역으로 지목되고 있는 곳이라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컸다. 가동 원전 6기와 방폐장이 위치한 월성 원전 그리고 가동 원전 6기가 밀집한 고리·신고리 원전에서 불과 수십㎞ 안팎 떨어진 지역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진 직후 “월성 및 고리 원전은 이상 없이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근영 선임기자, 부산/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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