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 1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 차량에 타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 2월 법정에서 “(의혹 제기가 사실이라면) 감옥에 가겠다”고 공언했던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완패했다.
쟁점은 성완종 전 회장의 부탁을 받고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고 주장한 윤아무개(53) 전 경남기업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여부였다. 윤 전 부사장은 공판 때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둔) 2011년 6월 국회 의원회관 의원실에 들러 쇼핑백에 담긴 1억원을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홍 지사 쪽은 “그 당시 윤 전 부사장이 의원회관에 온 적도 없고 본 적도 없다”며 맞섰다.
윤 전 부사장은 의원회관 지하 1층 출입구를 통해 홍준표 당시 의원 사무실을 갔다고 진술했지만 그때 해당 출입구는 공사중이어서 폐쇄된 상태로 확인되고, 의원 사무실 구조도 윤 전 부사장이 다르게 설명하면서 증언의 신뢰성이 재판 과정에서 의심받기도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오래전 일이라 일부 기억이 잘못됐을 수는 있지만 다른 여러 정황들이 윤 전 부사장 진술의 신빙성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윤 전 부사장이 돈을 홍 지사에게 전달할 때 동행했던 참고인의 진술, 윤 전 부사장이 지난해 4월 고등학교 후배 등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며 ‘홍준표에게 1억을 건네줬는데 검찰 수사 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말한 정황 등이 참작됐다.
검찰 수사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진술 또한 재판부는 신빙성을 인정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경향신문> 기자와 한 인터뷰에서 “홍준표 지사에게 1억원을 줬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3월18일 검찰의 경남기업 압수수색 뒤 가진 내부회의에서 성 전 회장이 비자금 사용처를 어떻게 해명할 것인지 대책을 논의한 것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났는데, 재판부는 이 논의 내용 역시 신빙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성 전 회장의 진술은 다른 사람의 진술 내용과 부합하고 믿을 만한 상태에서 행해졌다고 보인다. (윤 전 부사장이) 홍 지사에게 금품을 전달하는 과정에 대한 설명 역시 수사기관부터 법정에서까지 일관된다”고 설명했다.
홍 지사는 선고 직후 “사법적 결정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 사건에 발이 얽매여 갈 길 가지 않고 주저앉거나 돌아서는 경우는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들은 ‘지사직 사퇴’를 요구했다. 정의당 경남도당은 “모든 직을 내려놓고 정계를 떠나라”고 논평했다. 홍준표 경남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는 “홍 지사 스스로 도지사직을 사퇴하고 도민에게 깨끗하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자원개발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 지사, 이완구 전 국무총리 등에게 돈을 건넸다고 폭로하며 불거졌다. 검찰은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수사한 뒤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만 혐의를 인정해 재판에 넘겼다. 이 전 총리는 올해 1월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2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허재현 이경미 기자
catalu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