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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음주사고에 신분 은폐까지…“이철성, 14만 경찰 지휘 자격 없다”

등록 2016-08-22 22:40수정 2016-08-23 00:25

경찰청장 후보 자격 논란 부글부글

“국민상대 음주단속 영이 서겠나”
“사기 저하에 조직에도 큰 부담”
경찰 내부서도 ‘신뢰 상실’ 비판
야 “‘부적격’아니면 보고서 없다”

법원-보험사 사고위치 기록달라
‘누군가 거짓말’새로운 의혹 제기에
후보자, 기존 설명 뒤바꿔 “법원 위치가 더 신빙성 있어”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경찰관 신분을 속인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청문보고서 채택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경찰관 신분을 속인 것은 묵과할 수 없는 범죄행위라며 청문보고서 채택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지난 19일 인사청문회 이후 음주운전 사고 당시 경찰 신분을 숨긴 이철성 경찰청장 후보자를 두고 ‘14만 경찰조직의 총수로서 자격이 없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또 <한겨레> 취재 결과 사고 당시 상세한 수사기록은 이미 폐기된 것으로 확인돼, 그동안 경찰청 쪽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22일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당장 “법 집행을 담당하고 있는 조직으로선 큰 부담이 될 것”, “사고 이후 신분을 숨긴 것은 치명적인 실수”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서울시내 한 경찰서 팀장급(경감) 경찰은 “최근 음주단속 강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청장 스스로가 음주 전력이 있는데 영이 서겠느냐. (단속하면서도) 국민들에게 면목 없는 상황이 빚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경정급 경찰도 “23년 전이면 오래전이니 인정할 수 있겠다는 생각, 경찰의 법 위반은 용납될 수 없다는 등 서로 다른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다”고 전하면서도 “무난하게 통과할 줄 알았는데 법 집행기관인 경찰 수장 입장에서 경찰 신분을 속여 징계를 회피했다는 너무 큰 문제가 드러났다. 조직에도 부담이 될 테고 일선 경찰들 사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강원지방경찰청 소속이던 1993년 11월 휴무일 점심때 직원들과 반주를 하고 개인 차량을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내 벌금 100만원 처분을 받았다. 인사청문회에선 중앙선을 침범해 두 대의 차량과 충돌하고 이 후보자의 차량도 폐차됐던 사고라 인명피해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이 후보자는 “정면이 아니라 측면을 받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인명피해는 전혀 없었다”며 자신도 다음날 경찰서 출근을 정상적으로 할 정도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야당 소속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의원들은 “당시 인명피해 사고가 있었다는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증빙자료로 의혹을 소명하라고 요구했다. 박남춘 더민주 의원은 “당시 신분을 숨겨 징계를 피함으로써 후보자는 다른 동료들을 대신해 진급을 거듭하며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됐다. 기본적인 청장의 자격에 해당하는 문제라는 의미”라며 “결과적으로 경찰의 신뢰가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오는 상황은 결국 이를 알고 눈감아버린 민정수석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후보자가 93년 사고를 낸 지점을 놓고는 새로운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김정우 더민주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당시 사고로 벌금 100만원을 물렸던 1994년 서울지방법원 의정부지원의 약식명령서 공소사실을 제시하며 “사고 지점이 ‘미금시 금곡동 산32번지 앞길’로 적혀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보험회사 기록은 사고 위치를 남양주시 별내면으로 적었고, 이 후보자 스스로도 사고 위치는 별내면이었다고 반복해 설명한 바 있다. 약식명령서에 등장한 사고 위치인 미금시 금곡동은 “지금은 사라진 행정구역이지만, 별내면과 15㎞ 정도 떨어진 전혀 다른 장소”라는 것이 김 의원 쪽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보험기록과 법원 기록 둘 중에 하나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있을 이 후보자가 해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청은 김의원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자료를 내어 “후보자는 당시 (사고 장소) 지리를 잘 알지 못했고 기억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보험사 작성자료를 보고 별내면 부근이라고 발언한 것”이라며 “후보자가 ‘이면도로’이고 사람들이 지나다닌 것으로 기억하며, 당시부터 있었던 아파트가 인근에 있는 것으로 보아 판결문(약식명령서)에 명시된 장소가 훨씬 신빙성이 있다”고 밝혔다. 의원실에서 새로운 증거를 제시하고 나서야, 사고 장소가 ‘원래 해명과 다른 장소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설명을 내놓은 셈이다.

그동안 경찰청 쪽이 이 사건의 수사기록을 “계속 찾아보고 있다”고 말해왔던 것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 사건을 약식기소한 의정부지방검찰청 쪽은 이날 <한겨레>에 “벌금형으로 약식기소된 사안의 보관 연한은 3년인데, (관련 기록은) 좀더 보관하다가 1999년 10월13일 폐기됐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을 수사한 남양주경찰서는 “모든 수사 자료는 검찰로 송치돼서 자료가 없다고 이미 답변했다”고 설명했다. 즉, 경찰청이 두 기관에 확인만 해보면 되는 사안을 두고 ‘계속 찾고 있다’고만 말해온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사본이라도 남아 있지 않을까 해서 남양주경찰서에만 확인했고 이 때문에 찾아보고 있다고 답변했던 것”이라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이에 따라 경찰이 거짓말로 시간끌기를 했거나, 사실을 몰랐다면 무능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회는 애초 22일로 예정됐던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경과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대통령은 열흘 이내에 다시 한번 보고서 송부를 국회에 요청하거나, 바로 임명 과정을 진행할 수 있다. 경찰청은 23일 예정됐던 청장 이취임식을 취소하고, 강신명 경찰청장의 이임식만 열기로 했다. 방준호 이재욱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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