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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있는 사업에 인신공격”…두 재단 정당성·홍보에 치중

등록 2016-10-20 22:41수정 2016-10-23 14:31

박 대통령, 미르·K 해명 국민과 동떨어진 현실인식

① “코리아 프리미엄 전세계 전파”
순방때 K팝 콘서트나 태권도 시범
두 재단 참여하기 전부터 있던 것
재단 당위성 강조 위해 과대포장

② 비선실세 등 핵심 의혹 눈감아
안종범·최순실·차은택 개입 등
잇단 증언과 근거엔 모르쇠 일관

③ “엄정 처벌” 해석 분분
권력형 비리를 ‘자금 유용’ 등 축소
‘최순실 개인비리’로 꼬리 자르기?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순실씨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누구라도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면서도 두 재단 설립·운영의 정당성과 성과를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순실씨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의혹과 관련해 “누구라도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면서도 두 재단 설립·운영의 정당성과 성과를 강조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최근 정국의 ‘뇌관’으로 부상한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과 ‘최순실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사실상 처음으로 해명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앞으로 더 이상의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가 말씀드려야 할 것 같다”며 두 재단의 설립 과정과 활동 내용을 비교적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두 재단과 최순실씨, 청와대의 관련성 등 핵심 의혹은 눈감은 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를 거뒀다”, “외교 경제적 측면에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 등 성과 홍보에 집중하며 동떨어진 현실인식을 내보였다. 또 “가뜩이나 국민의 삶의 무게가 무거운데 의혹이 의혹을 낳고 그 속에서 불신은 커져가는 현 상황에 제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다”며 두 재단 관련 의혹에 대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 “코리아 프리미엄 전세계에 퍼뜨려”
박 대통령은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포장했다. 박 대통령은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 순방 과정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소위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프랑스 파리 국빈방문 당시 열린 케이(K)-콘서트를 “엄청난 코리아 붐을 일으켰다”고 말했고, 케이스포츠의 태권도 공연은 “대한민국이 태권도의 본산이라는 인식을 전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이라고 치하했다. 또 “순방시 상대국의 문화공연이 아닌 우리의 문화공연을 하게 된 것은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르·케이스포츠 재단이 순방에 참여하기 이전에도 박 대통령의 국외 순방에는 케이팝 콘서트나 문화공연, 국기원의 태권도 시범공연 등이 종종 열려왔다. 두 재단이 참여하면서 새로 시행된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개발도상국 지원사업으로 진행된 코리아에이드 역시 “케이팝 등의 문화, 수준 높은 보건의료, 쌀 가공식품 및 한식이 삼위일체로 복합된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개발협력”이라고 추어올렸지만, 이는 국제 개발협력단체로부터 ‘현지 실정에 맞지 않는 지원’이라는 혹평을 받은 바 있다. 두 재단의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이들 재단의 성과를 과대포장한 것이다.

■ 초고속 설립, 비선실세 등 주요 의혹 눈감아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발언의 절반 이상을 두 재단 설립 배경과 취지, 활동 등에 할애하면서도 청와대와의 직접적인 관련성은 부인했다. 박 대통령은 “재계 주도로 설립된 재단들”,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기업들의 자발적인 활동’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800억원이 투입된 두 재단이 사흘 만에 ‘일사천리’로 이뤄진 배경과 문화체육관광부의 ‘초고속 법인 설립 허가’, ‘창립총회 회의록 거짓 작성 의혹’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모금 과정에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에도 ‘모르쇠’로 일관했다. 두 재단의 실질적 설립과 운영을 주도한 ‘실소유주’가 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와 차은택씨라는 증언도 잇따라 제기됐는데도,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다만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감독해주길 바란다”고만 밝혔다.

■ ‘자금 유용 등’만 처벌하라?
박 대통령이 이처럼 핵심 의혹들에는 별 언급 없이 두 재단의 정당성 강조에 치중한 탓에, 이날 밝힌 ‘엄정 처벌’ 방침에 실린 무게감을 놓고 해석이 갈린다. 박 대통령이 “만약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밝힌 것은 최측근인 최순실씨를 포함한 누구도 예외로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이번 사안을 ‘재단과 관련한 자금 유용 등 불법 행위’ 여부로 좁히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풀이도 나온다. 미르·케이스포츠 재단 문제에서 촉발된 최순실씨 의혹 사건은 이들 재단의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불법 행위는 물론이고, 최씨와 그 측근들이 권력을 등에 업고 벌인 ‘전횡’ 정황들을 포함한다. 최씨가 자신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사 특혜 과정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도 국민적 공분에 직면한 상태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명확히 가려질 수 있는 불법 행위에만 주목할 뿐, 그밖의 의혹들은 ‘최순실 개인 비리’로 국한해 털고 가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꼬리 자르기’의 복선 아니냐는 것이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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