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8월 22일, 충남 청양군 구봉광산이 무너졌다. 바깥세상에서 발만 동동 구를 때 전화벨이 울렸다. 지하 125미터에 갇힌 사람이 직접 전화기를 고쳐 자기가 살아있다고 알린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매몰된 사람은 ‘양’창선 광부라고 했다. 파묻힌 사람의 전화 목소리를 라디오로 듣고 전국의 청취자들이 먹먹해 했다. 청와대 비서관까지 현장에 나가 구조를 독려했다. (67년 6월 총선은 여당 스스로도 인정하는 극심한 부정선거였다. 성난 민심을 다독여야 할 때 이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런데 9월 6일 생환한 사람은 양창선이 아니라 ‘김’창선 광부였다. 한국전쟁 때 담당 공무원이 양씨로 잘못 적었지만 권위주의 시절이다 보니 고쳐주지도 않았단다. 구출 당시 현장에 있던 청와대 사람한테 부탁하자 어렵지 않게 김씨 성을 되찾았다니 역시 권위주의 시절이다. 하지만 그 후에도 자주 양씨로 보도되는 바람에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1967년 8월 22일 청양 구봉광산에서 김창선(양창선)이 매몰되어 16일만인 9월6일 구출되었다. 연합뉴스
무려 15일 9시간이나 매몰되어 있었다. 한동안 ‘마음 아픈 세계기록’이었다. 그런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때 열아홉 살 박승현 씨가 15일 17시간 만에 구조되며 28년 만에 그 기록을 ‘경신’했다고 한다. 우울한 이야기다.
글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