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수석 가족회사 차량, 누가 사용했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가족이 ㈜정강을 통해 2억원대에 이르는 마세라티 차량을 사용해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배임 및 탈세 논란이 커지고 있다. 수억원대의 고급 외제차를 법인 명의로 리스해 사적으로 쓰는 것은 부유층이 법인세를 줄이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절세 꼼수’라는 점에서 민정수석으로서의 자질 시비도 일고 있다.
우 수석과 부인 이아무개씨, 자녀 세 명 등이 지분을 100% 보유한 정강은 2013년 말부터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 차량을 법인 명의로 리스해 3년째 사용해오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 27일 확인해보니 이 차량의 열쇠가 우 수석의 아파트 경비실 벽에 걸려 있었다. 이 차량의 신차 가격은 1억5000만~2억5000만원에 이르고, 리스할 경우 월평균 200만~3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우 수석 가족의 차량 이용 행태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 현직 검사는 “법인 재산을 법인 업무와 관계없는 사람이 썼다면 대표이사가 업무 집행자로서 횡령이나 배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쓴 사람도 공모를 한 부분이 인정되면 공범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변호사도 “본인이나 가족의 이익을 위해 회사에 해를 끼친 것이기 때문에 배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강의 대표로 돼 있는 우 수석의 부인 이씨가 이 차량을 업무 용도로 썼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정강은 중기·부동산 임대업 등을 사업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영업 활동을 통한 연간 매출이 1억50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차량 유지비는 지난해 780만원이었고 차량 리스료 등 항목인 지급임차료는 5040만원이었다.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량 관련 비용으로 쓴 셈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회계사는 “매출액과 직원 수 등에 비하면 차량 관련 비용이 턱없이 많다. 법인 설립 목적에 비춰볼 때 매우 이상한 비용 지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차량 내부 블랙박스나 하이패스 이용 내역 등을 파악해 보면 누가 차량을 썼는지, 어떤 용도로 썼는지 등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우 수석에게 전화와 문자를 통해 해명을 요청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
마세라티·포르셰·람보르기니 등 수억원이 넘는 외제차를 법인 명의로 등록해 사용하는 것은 의사나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절세를 위해 많이 쓰는 수법이다. 차량 구매 때 드는 비용은 개인이든 법인이든 차이가 없지만, 법인에서 업무용으로 구매하거나 빌려 쓰는 경우 차량 구입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을 경비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 따르면 2014년 1억원 이상 수입차 1만4900여대 가운데 83.2%, 2억원 이상 수입차 1300여대 중 87.4%가 업무용으로 판매됐을 정도다.
정부는 이런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올해부터 법인세법 시행령을 엄격하게 바꾸는 등 대처에 나섰다. 올해 국세청에서 낸 ‘업무용 승용차 관련 비용의 세무처리 가이드’를 보면, 올해부터는 법인 업무용 차량 한 대당 1000만원의 비용만 인정해주고, 차량 운행 일지 등이 없으면 추가 비용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이재욱 서영지 최현준 기자 uk@hani.co.kr
우병우 수석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한 아파트의 경비초소에 걸려 있는 마세라티 열쇠. ㈜정강 법인 리스 차량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우병우 수석 일가가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압구정동 한 아파트에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가 서 있다. 2014년 11월 한 포털 사이트 거리뷰에 찍힌 모습. <포털 거리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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