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쪽에 ‘특혜 조항’ 요구
처가쪽 잘못으로 계약 파기때
계약금과 이자만 반환 조건
보통은 계약금 2배 돌려줘
매매계약서도 일부 유리한 조항
끼인 땅 해결 시한 12개월 늦춰줘
손해배상 조항은 넥슨 요구 반영
2010년 3월, 넥슨은 우병우 처가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825-20, 825-21, 825-31, 825-34번지(3371㎡, 1020평)에 대한 매입 의사를 밝힌다. 24일 <한겨레>가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넥슨 쪽의 ‘매입의향서’를 보면 넥슨은 ‘사옥 신축을 위해서 부동산 매입을 원한다’며 희망 매입대금으로 평당 1억3000만원씩 모두 1325억9천여만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넥슨 입장에서 걸리는 게 있었다. 사옥부지로 매입하기로 한 한 필지(34번지)의 토지 소유자가 달랐던 것이다.
이 필지의 규모는 23.9㎡(7.2평)로 크지 않지만, 다른 부지들에 ‘끼어 있는 땅’으로 사옥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땅이었다. 넥슨의 매입의향서에는 “미소유 토지가 부동산 매매계약 체결 전까지 우 수석 처가 명의로 소유권이 확보돼 매매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조항이 들어가 있다. 이 ‘미소유 토지’의 소유자는 조아무개씨로 1987년 가장 큰 면적의 토지인 825-20번지를 우 수석의 장인 고 이상달씨에게 팔았던 사람이다. 조씨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7.2평 땅만 팔지 않았고, 땅은 이후 조씨의 부인과 자녀 등에게 상속됐다. 우 수석 처가 쪽은 이상달씨가 2008년 6월 사망한 뒤 이 땅의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해 노력했다.
우 수석 처가 쪽은 넥슨한테서 매입의향서를 받은 뒤 5개월 뒤인 2010년 8월 넥슨에 땅을 팔 생각이 있다는 매도의향서를 보냈다. 하지만 여기에 ‘단서’를 달았다. 매매계약 체결일부터 1년 이내에 소유권 이전을 완료하지 못해 계약을 해지할 때는 계약금과 시중은행 예금금리 정도의 금액만 반환하고 매매 계약을 종료한다는 것이다. 계약이 해지돼도 계약금과 이에 따른 금리 정도만 상환할 테니 민사상 소 제기, 조정신청, 형사상 고소, 고발 등 이의는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다. 본인들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계약금 반환 외 아무런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얘기로, 우 수석 처가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조항이었다. 팔려고 하는 사람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 2배를 물어주고, 사려는 사람의 잘못으로 계약이 해지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통상적인 부동산 거래와 전혀 다른 조건이었다.
2011년 3월18일 넥슨과 체결한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도 우 수석 처가 쪽의 유리한 조항은 일부 반영됐다. 우 수석 쪽이 계약 체결일로부터 6개월 동안 소유권 이전을 마치도록 하면서도, 우 수석 쪽이 이를 이행하지 못하면 계약 체결일로부터 최대 12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게 편의를 봐준 것이다. 계약서를 검토한 한 변호사는 “우 수석 쪽이 상속세 때문에 국세청에 근저당이 잡혀 있는 어려운 상황이었는데, 넥슨 쪽에서 제3자 소유의 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줬다. 우 수석 쪽의 처지를 배려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양쪽이 계약 초기부터 이 ‘끼인 땅’ 때문에 애를 먹은 거 같은데, 사옥부지가 급한데 굳이 이런 땅을 살 필요가 있었겠느냐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다만 최종 계약서는 계약이 해지될 경우 발생하는 손해배상 책임과 관련해서는 넥슨 쪽의 요구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계약금만 반환하겠다는 우 수석 쪽의 요구와 달리 애초 지급한 132억5천여만원의 계약금을 돌려받는 것은 물론 계약금만큼의 돈을 손해배상액으로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결국 우병우 처가는 조씨의 자손들에게 땅값 9억4000만원을 치르고 법적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2011년 9월30일 34번지 필지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넘겨받았다. 넥슨은 그해 10월13일 일본 미쓰이스미토모은행에서 돈을 빌려 우 수석 처가 쪽에 잔금을 치렀다.
서영지 허재현 기자 yj@hani.co.kr[디스팩트 시즌3#12_넥슨 특혜? '리틀 김기춘' 우병우의 모든 것]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