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복(17일)을 지나 중복(27일)을 앞두고 오리가 절뚝거린다. 레임덕(lame duck)이라는 이름의 오리다. 오리 발자국을 따라가다 보면 3월25일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가 나온다. 여기에 영감을 얻어 첫 기사를 썼던 법조팀의 최현준 기자는, 이렇게 큰 오리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고 한다.
-중앙부처 공직자 중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1위였고, 진경준 검사장이 3위(법조계 1위)였어요.
“우병우 393억원, 진경준 156억원이었죠. 진 검사장의 재산 형성 과정을 살펴보니 석연치 않더라고요. 주변 검사 출신 변호사들도 ‘이건 문제다’라고 얘기하고.”
-그렇게 해서 나온 첫 보도가 <한겨레> 3월28일치 1면에 실린 ‘진경준 비상장 주식 투자로 38억원 시세차익’ 기사였죠.
“<조선> <중앙>이 29일치에 바로 사설로 받아 썼어요. ‘어? 이건 뭐지?’ 했죠.”
-이후 진경준의 여러 의혹과 거짓말을 계속 파헤쳤는데, 돌고 돌아 우병우 민정수석까지 왔어요.
“오늘 <동아>도 사설에서 우병우 사퇴해야 한다고 썼어요. 지금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뛰어들고 있어요. 우 수석이 버틸까요?”
-레임덕의 강력한 징후죠.
“김수남 검찰총장이 진경준을 수사할 특임검사를 임명한 건 그 신호였어요. 우병우가 진경준을 감싼다는 설이 파다했는데도.”
-박근혜 정부 말기에 장경작 전 롯데호텔 총괄사장 등 엠비(이명박) 친구나 측근들이 사정의 표적이 될 거라 예상했는데요.
“오히려 박근혜 쪽이 몰려요. 최경환 50억 수수설이 나돌잖아요. 오리가 어디로 튈지 도무지 예측이 안 되네요.”
고경태 신문부문장 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