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4년 7월19일 태평천국의 수도 난징이 함락되었을 때, 홍수전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영혼은 어디 있었을까? 자기 말마따나 천주와 예수와 함께였을까?
홍수전이 세운 신흥종교는 당시 차별받던 사람들 사이에서 무서운 속도로 퍼져나갔다. 청나라를 다스리던 만주족은 한족을 차별했고, 같은 한족 안에서도 하카(객가) 사람들은 더욱 차별을 당했다. 홍수전이 바로 이 하카 출신의 지식인이었다. 홍수전은 젊은 시절 과거 시험에 연달아 떨어진 다음 병을 앓았고 나중에 기독교 선교사의 책자를 읽으며 ‘자기가 천주(야훼)의 친아들이요 예수의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추종자들과 함께 1851년 태평천국이라는 나라를 세우고 청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홍수전의 믿음은 투철했다. 서구 열강이 청나라 대신 ‘같은 기독교 국가’인 자기네 편을 들리라고 믿었다. 말년에는 전쟁도 정치도 내팽개친 채, 예수의 동생인 자기가 보기에 <성서>가 틀렸다며 그 내용을 ‘바르게’ 고쳐 쓰는 일에 전념했다. 하기야 그런 확신이 있었으니 평범한 사람의 목숨 따위에 얽매이지 않았을 것이다. 오늘날 셈하기로 2천만명 넘는 사람이 태평천국 운동 와중에 희생되었다니 말이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