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상반기는 스러진 목숨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한·일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봉합하는 새 5명의 피해자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5년 간 당국이 수수방관하는 동안 가습기 살균제를 썼던 수백 명이 숨을 거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뚤어진 반감과 혐오의 칼날에 희생된 23살 여성도, 노동을 천박하게 여기는 사회에서 차마 못다 핀 19살 지하철 하청 노동자의 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정리했습니다.
6. 강남역 살인사건(5월):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목소리’, 광장으로 나오다
5월17일 새벽, 서울 서초구의 한 노래방 공용화장실에서 23살 여성이 흉기에 4차례 찔려 숨졌습니다. 피의자는 34살 남성 김아무개씨. 그는 공용화장실에서 대기하다 먼저 들어온 남성 6명은 그냥 보냈습니다. 약 30분이 지나 처음 들어온 첫 여성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평소 여자들에게 무시를 많이 당해 왔는데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습니다. 갖은 성차별과 성폭력, 혐오적 시선에 시달리던 여성들을 광장으로 불러내는 말이었습니다.
■ 알려진 것
1) 여성 대상 범죄와 조현병
“여성들이 나를 견제하고 괴롭힌다.”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한 말은 여성에 대한 반감을 드러냅니다. 여성을 특정해 대상으로 삼은 범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하지만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여러 번 진술을 번복하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김씨가 조현 장애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던 사실도 함께 드러났습니다.
- “여성을 싫어하는 것만이 여성혐오가 아니다”
경찰 조사와 별도로, 여성들은 거리로 나왔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에 추모 공간을 마련하고 자신들이 겪은 여성혐오를 증언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여성을 싫어하는 것만이 여성혐오가 아니’라고 입을 모읍니다. 여성혐오(misogyny)는 특정한 여성상을 상정하고 이에 부합하지 않은 여성에게 차별적 시선을 보내는 것을 모두 포함합니다. 더불어 여성 스스로 이를 내면화해 자기 검열을 하는 것도 여성혐오의 연장선 위에 있습니다. 상당수 여성들은 이번 사건이 여성 혐오적 시선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였다고 말합니다.
- 조현병 환자들은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사건 직후 조현병 등 정신 장애인들을 지금보다 더 쉽게 강제입원시킬 수 있도록 하겠단 대책을 내놨습니다. 김씨가 조현병 전력 때문에 위험해 이같은 범죄를 저질렀다는 해석이 엿보이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경찰청이 발간한 범죄통계를 보면, 2014년 한 해 동안 일어난 범죄 가운데 정신장애가 있는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전체 범죄의 0.36%에 그칩니다. 전문가들도 “조현병 환자가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폭력을 가하는 사례는 드물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당신이 가지고 있는 조현병에 대한 세 가지 편견)
■ 알려지지 않은 것: 혐오범죄, 처벌 가능할까?
약자나 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가중처벌할 수 있을까요? 현재로서는 그러한 법률이 없습니다. 하지만 성별, 인종, 지역 등을 이유로 한 혐오와 차별 행위를 금지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앞서 19대 국회에선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혐오범죄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으로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하지만 행위보다 동기에 집중하는 것은 법치를 훼손할 수 있단 우려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이미 약자에 대한 극단적인 혐오가 표출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하겠단 의사를 밝혔습니다.
7. 구의역 안전문 수리 하청노동자 사망사고(5월): 위험의 외주화, 못다 핀 19살 청년의 꿈
“책임과 지시를 잘 따르면 개죽음만 남습니다. 둘째 아이는 절대 그렇게 가르치지 않을 것입니다.”
5월28일, 구의역에서 홀로 안전문을 수리하다 숨진 19살 하청노동자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책임감 있게 키운 것이 미칠 듯이 후회된다”고 했습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저마다 위험을 떠넘기는 와중에 몸을 사릴 줄 모르는 책임감. 김군을 숨지게 한 것은 과분했던 책임감일지도 모릅니다. 왜 권한과 권위는 위에 있는데, 책임감과 수치는 아래의 몫일까요.
이번 사건은 ‘잘못 알려진 것’을 더해 정리했습니다. 오해와 와전된 내용을 걷어내고 나면, 핵심은 ‘위험의 외주화’로 수렴됩니다.
■ 알려진 것
1) 지하철 1~4호선에서만 노동자가 죽어나가는 이유
김군은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PSD) 소속입니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에 이어 2016년 구의역. 지하철 노동자의 죽음은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에서만 발생했습니다. 5~8호선을 맡은 서울도시철도에서는 이제껏 없는 일입니다.
두 회사는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서울도시철도에선 정규직 노동자가 맡습니다. 서울메트로는 하청업체인 은성피에스디와 유진메트로컴에 외주를 줍니다. 하청업체들은 최저가 낙찰제에 따라 선정됩니다. 비용을 줄이면 줄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진단 얘깁니다. 살림 빠듯한 하청업체가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노동력을 적게 배치하고, 노동자의 임금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겁니다. 유지보수를 맡은 두 업체 직원은 모두 200여명이 안 됩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생을 실습생으로 채용하기도 합니다. 김군도 지난해 고교실습생으로 일하다 올해 정식 채용됐습니다. (▶관련기사:[시론] 지하철 1~4호선만 죽어나가는 이유 / 황철우 )
2) 외주화는 어떻게 노동자의 죽음을 방기했나
서울메트로 외주화 역사를 살펴보면, 이번 참사가 ‘우연한 사고’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외주화의 시작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재직하던 2004년입니다. 지하철 승강장 사망사고가 잇따르자 안전문 설치 대책이 나왔습니다. 민간 기업이 안전문 광고판을 운영하고 안전문 설치와 관리 비용도 내는 방식이었습니다. 박진형 서울시의원 주장을 보면, 이때 경쟁입찰 방식인데도 단독 참여한 것이 지금의 서울메트로 유지보수 하청업체 중 하나인 유진메트로컴입니다. 서울시가 공고를 내기 불과 5개월 전인 2003년 10월 설립된 ‘광고 회사’입니다. 안전문을 관리한 경험도 없었습니다.
오세훈 시장 시절, 외주화가 본격화됐습니다. 서울메트로는 직원 2할을 줄이는 대신 퇴직자를 은성피에스디 등 용역 회사에 떠넘겼습니다. 이들은 다른 직원에 비해 임금 등에서 나은 대우를 받았습니다. 또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 등을 외주로 돌렸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뒤 사고가 연이어 터졌습니다.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 2016년 구의역에서 수리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전문 고장도 잦아졌지만 대책은 제자리걸음이었습니다. (▶관련기사:이명박 ‘부실 씨앗’ 오세훈때 ‘외주화’ 박원순은 ‘무대책’ )
■ 잘못 알려진 것
1) 보고를 누락한 김군 개인 잘못이다?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언론브리핑에서 책임을 김군에게 돌리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김군이 작업 내용을 보고하지 않고 수리하러 갔다는 것입니다. 정말 김군의 잘못일까요?
당일 상황을 복기해보겠습니다. 당일 사무실에 남아있던 사람은 김군과 고장 상황을 접수하는 직원 2명. 김군은 다른 동료들을 기다릴 시간이 없었습니다.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출동을 완료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입니다. 이를 어기면 지연배상금을 물게 됩니다. 김군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 것은 이같은 ‘빨리빨리’ 원칙이 아니었을까요.
2) 김군이 ‘2인1조’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안전매뉴얼이 작동하지 않았다.’ 안전사고가 날 때마다 잇따르는 지적입니다. 하지만 이 역시 절반만 맞는 얘깁니다. 서울메트로(1~4호선)의 경우, 6명의 하청노동자가 49개 역의 안전문 장애 처리를 맡습니다. 하루에 안전문 고장은 30건, 많을 때는 50건까지도 발생합니다.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고장은 지난해에만 1만2134건 발생했습니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단 얘깁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후에 안전매뉴얼을 끼워 맞추는 일도 있습니다. 김군과 같은 업무를 맡은 은성피에스디의 직원은 지난 5월 <한겨레>에 “작업 현장에 혼자 가는 것이 일상적이지만, 은성 쪽에서는 사후에 한 사람 이름을 더 쓰도록 한다”고 했습니다. 인건비 절감에 허덕이는 하청 업체가 매뉴얼대로 일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한 탓입니다. 은성피에스디 직원은 이 사고를 취재 중인 <한겨레> 기자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이미 조작된 서류가 아니라 서류를 조작하며 감출 수밖에 없을 정도로 열악한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3) 김군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나?
<조선일보>는 5월31일 김군이 작업 중 약 3분간 통화를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메트로는 김군이 수리 작업을 하면서 통화를 한 적이 없으며, 사고 현장 인근에서 한 통화도 사적인 통화가 아니라 업무상 통화였다고 밝혔습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3일 ‘바로잡습니다’를 내고 유족에게 사과했습니다.
4) 자회사가 대안인가?
서울메트로는 사고 직후 은성피에스디를 자회사로 전환한다는 대책을 내놨습니다. 자회사로 전환하면 안전한 지하철, 안전한 노동이 가능할까요?
서울도시철도의 자회사 형태로 전동차 정비 업무를 맡은 서울도시철도엔지니어링 사례를 보겠습니다. 민주노총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한태희 본부장은 <한겨레>에 “운영비용이 많이 드는데 돈은 올려주지 않으니 인력을 적게 고용하고 나머지 임금을 회사 경비로 쓴다”고 했습니다. 원청의 운영비가 부족한 건 매한가지니, 노동자를 적게 고용하고, 임금을 깎아가며 허리띠를 졸라맨단 겁니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자회사는 답이 될 수 없단 얘깁니다.
■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 또다른 죽음, 막을 수 있을까?
박원순 시장은 지난달 16일 위험의 외주화에 제동을 걸겠단 의지를 밝혔습니다. 안전문 유지보수 업무 등을 직영화하기로 했습니다. 또 안전업무 분야 무기계약직을 마련해 채용하기로 했습니다. 은성피에스디에서 일하는 19살의 청년노동자 16명이 사실상 고용승계가 됩니다. 이 같은 대책은 중앙정부의 공기업 효율화 방침과 충돌합니다. 향후 이 약속들이 지켜질지, 중앙정부와의 갈등은 어떻게 풀어나갈지 지켜볼 일입니다.
이번에도 안전매뉴얼은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매뉴얼이 무의미하거나 노동자들의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 비용 절감이 더 절대적인 원칙이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비극적인 죽음을 막기 위해 매뉴얼을 새롭게 만들어봅니다.
1. 노동력을 값싸게 쓰지 않겠다.
1. 비용 절감에 따른 효율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지 않겠다.
1. 책임을 아래로 전가하지 않겠다.
8. 정운호게이트와 법조비리(5월~): 제 식구에겐 더없이 무딘 검찰의 칼날
“(수사에) 문제없다.” (검찰)
“영향력 행사 전혀 없다.” (홍만표)
홍만표 변호사를 재판에 넘기면서 검찰이 한 말은 홍 변호사가 언론에 해명한 내용을 찍어낸 듯 닮아 있습니다. 검사 출신 홍 변호사는 현직 검사들을 상대로 로비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제 식구를 겨냥하기엔 부담이 컸던 걸까요. 검찰 수사는 민망하게 끝났습니다. 정운호 게이트로 촉발된 검찰의 칼날은 홍 변호사를 스치고 지나 이제 롯데 그룹을 향하고 있습니다.
■ 알려진 것
- ‘정운호게이트’, 끝내 터진 시한폭탄
시발점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의 다툼입니다. 상습원정도박 등 혐의로 2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은 정 대표가 최 변호사에게 착수금 20억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다 실랑이가 붙은 겁니다. 착수금 20억원은 재계 거물임을 고려해도 이례적인 규모의 수임료입니다. 자신에게 관심이 모이자 최 변호사는 정 전 대표의 구명 로비를 맡은 법조계 인사 8명 리스트를 언론에 흘립니다. 이제 사건의 성격은 단순한 수임료 반환 다툼에서 대규모 법조비리로 바뀝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 출신인 홍만표 변호사가 등장하는 것도 이 시점입니다. 홍 변호사는 정 대표가 도박 혐의를 받자 두 차례 무혐의 처분을 이끌어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정운호 대표에게 3억원을 받아 챙기고, 현직 검사를 만나고 다닌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또 전관예우를 이용해 ‘몰래 변론’을 한 사실도 밝혀졌습니다. 검찰을 떠난 2011년 9월부터 2015년까지 변호인 선임계를 내지 않고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강덕수 전 STX 회장 등을 변론해 15억5300만원을 탈세한 혐의입니다.
■ 알려지지 않은 것
1)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언제까지 계속되나
전관예우. 현직 판검사들이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것을 말합니다. 전관예우는 한쪽의 의지만으로는 성사되기 어렵습니다. 소극적으로든 적극적으로든 예우를 해주는 현관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검찰 재임 시절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한 ‘특수통’으로 알려진 홍만표 변호사가 힘껏 당기자, 현직 검사들도 이에 응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전관예우의 핵인 검찰 로비에 대해서는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홍 변호사는 정 전 대표 사건의 수사 책임자인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를 두 차례 만나고 여섯 차례 이상 통화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최 차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만 하면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박성재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해서는 서면조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2) 정운호 게이트의 끝은 어디?
정 전 대표의 문어발식 로비는 군·관·재계를 고루 향했습니다. 이번엔 롯데그룹입니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은 네이처리퍼블릭을 롯데면세점에 입점시켜주는 대가로 뒷돈 15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롯데홈쇼핑 임원들이 납품업체로부터 뒷돈을 챙긴 혐의도 드러났습니다. 롯데그룹은 사실상 처음으로 대규모 수사의 대상이 됐습니다. 정운호 게이트에서 촉발된 검찰의 칼날은 어디까지 향할까요?
검찰을 믿지 못하는 야당은 특검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을 손에 쥐고도 집안 단속을 안 하는 검찰, 이대로 괜찮을까요?
9. 올랜도 총기난사(6월), 미국을 겨눈 ‘증오 행위’
49명. 6월12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총기 참사로 숨진 희생자 수입니다. 미국 총기 난사 중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 사건이 최악의 총기 테러인 이유는 또 있습니다. 용의자 오마르 마틴의 총구가 게이클럽을 향했기 때문입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범죄라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사건 직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 사건을 ‘테러 행위, 증오 행위’로 규정했습니다.
■알려진 것
-미국에서 총기규제가 안 되는 이유는?
인구(3억1700만명)보다 많은 총기(3억5700만정)가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다. 지난달 12일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한 내용입니다. 하버드대학 공공보건연구소 분석을 보면, 2011~2014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총격 사건이 64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습니다. (▶관련기사: 미국 총기 참사 되풀이되는 까닭은?)
총기 참사가 잇따르자 미국에선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한 번 나왔습니다. 매번 공화당 관문을 뚫지 못하던 민주당 의원들도 강수를 뒀습니다.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하원 본회의장에서 25시간 동안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총기규제 법안은 이번에도 통과되지 못했습니다.
총기규제가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전미총기협회가 매긴 점수를 보면, 미국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56명이 총기규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의원으로 분류됐습니다. 총기규제를 주장하는 의원은 33명에 그쳤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것
-오마르 마틴의 동기는 무엇?
미국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자생적 테러리스트의 소행’으로 규정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달 21일 용의자의 마지막 통화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오마르 마틴은 사건 현장에서 911에 전화를 걸어 이슬람국가(IS) 지도자인 아부바크르 알바그다디에 충성을 맹세했습니다. 한편 지난달 22일에는 용의자 오마르 마틴의 애인이었다고 주장한 남성이 한 방송에 출연했습니다. 그는 오마르 마틴이 게이였다고 말하며, 라틴 게이 남성에게 이용당했다고 생각해 복수하고자 범행을 저지른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10. 브렉시트 국민투표(6월~): ‘하나의 유럽’, 43년 만에 금이 가다
6월24일, 영국이 '하나의 유럽'을 떠나기로 결정했습니다. 영국(Britain)이 유럽연합(EU)을 탈퇴(Exit)한다는 뜻에서 ‘브렉시트’라고 합니다. 브렉시트 투표를 앞두고 잔류에 찬성한 하원 의원이 테러를 당해 숨지기도 했습니다. 이민자와 외국인 혐오 등에 의한 극우주의적 선택이라는 분석과 탈냉전 신자유주의 금융 질서가 붕괴되는 계기라는 분석이 함께 나옵니다.
■ 알려진 것
1) 브렉시트 논의, 어떻게 시작됐나?
영국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론 총리는 이번 투표를 앞두고 야당과 함께 잔류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그런데 애초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내세운 것도 캐머론 총리입니다. 어찌된 일일까요.
캐머론 총리가 지난해 5월 총선을 앞두고 브렉시트 국민투표를 공약으로 내건 것은 ‘협상카드’의 성격이 강했습니다. 유럽연합에서 영국에 우호적인 조건을 얻어내면서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국민 여론을 달래는 것입니다. 반이민 정서 등을 내걸며 힘을 얻은 영국독립당(UKIP)을 견제하는 취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자충수가 되고 말았습니다. 캐머론 총리는 다가오는 10월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2) 영국은 왜 탈퇴를 택했나?
먼저 오랜 경제침체가 반이민 정서와 결합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고등학교 인구가 35% 미만이거나 평균 소득이 연봉 중간값 2만5000파운드(4000만원)보다 낮은 지역에서 탈퇴 표가 쏟아졌다고 보도했습니다.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실업난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이민자들에게 우호적이지 못한 정서가 탈퇴를 견인했다는 겁니다. 탈퇴 찬성 목소리를 높인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은 “영국의 외국인 수를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유럽연합 탈퇴”라고 주장해왔습니다.
불평등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를 보면, 소득 상위 10%가 하위 10%에 비해 10.5배 많은 소득을 갖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OECD 평균보다 높은 수치입니다.
■ 알려지지 않은 것
1) 유럽연합 해체의 신호탄일까?
영국의 탈퇴가 프랑스, 네덜란드 등 다른 회원국들의 유럽연합 탈퇴의 신호탄이 될까요? 일단 각국에서 극우 정당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프랑스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글을 올리고 “브렉시트에서 프렉시트로! 이젠 우리 차례다”라고 했습니다. 네덜란드의 극우 정당인 ‘자유를 위한 네덜란드당’의 헤이르트 빌더러스 의원도 성명을 내고 내년 3월 총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면 유럽연합 탈퇴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했습니다.
2) 브렉시트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애초 브렉시트에 따른 여파는 클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뚜껑을 열어보니, 일단 브렉시트 이후 열흘 동안 단기적 여파는 크지 않습니다. 24일 당일 폭락했던 증시는 원상회복했습니다. 자본 이탈에 따른 여파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국내 금융시장에 자리한 영국 자본의 규모도 제한적이고, 엔화 강세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수출 경쟁력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지난달 20일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에 자리한 전미총기협회(NRA) 본사 앞에 시민들이 모여 올랜도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49명의 희생자 사진이 붙은 손팻말을 들고 총기규제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페어팩스/UPI 연합뉴스
5월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안전문(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체 직원 김아무개군의 가방에 있던 스패너 등의 작업공구와 컵라면
스테인리스 숟가락
일회용 나무젓가락. 유가족 제공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의 전관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57) 변호사.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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