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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한열 혹은 L, 김겸 혹은 나

등록 2016-06-03 19:11수정 2016-06-04 11:04

‘이한열 운동화’ 복원을 다룬 소설 <엘(L)의 운동화>
우리 시대의 바스러진 것들과 복원해야 할 것들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A href="mailto:khan@hani.co.kr">khan@hani.co.kr</A>, 그래픽 송권재 기자 <A href="mailto:cafe@hani.co.kr">cafe@hani.co.kr</A>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그래픽 송권재 기자 cafe@hani.co.kr

1987년 그 여름은 맵고 숨 막혔다. 경찰의 최루탄이 연세대 대학생 이한열을 직격했다. 그가 열사가 된 6월9일(사망은 7월5일), 그의 운동화는 짝을 잃고 혼자가 됐다. 2016년 이 여름도 맵고 숨 막힌다. 도시의 미세먼지가 허파를 파고들고 심장을 육박한다. 이한열이 열사가 되고 29년이 가득 차는 동안, 그의 외톨이 운동화는 살점을 잃고 부서져 수술대에 올랐다. 최루가스와 미세먼지의 숨막힘은 성분이 다르나, 29년 전과 29년 뒤의 숨막힘은 같은 눈물을 짜내고 같은 구토를 부른다. 1년 전 28주기에 맞춰 복원 전문가 김겸은 시간이 갉아먹은 이한열의 운동화를 복원했다. 1년 뒤 29주기에 맞춰 소설가 김숨은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을 그린 <엘(L)의 운동화>를 출간(민음사)했다. 김겸의 손이 이한열의 운동화를 살려낼 때, 김숨의 연필은 ‘이한열의 운동화 복원’을 되살렸다. 소설은 실제와 겹치면서 겹치지 않는다. L은 이한열이면서 이한열이 아니다. L의 운동화는 이한열의 운동화지만 아니기도 하다. 소설 속 복원가 ‘나’는 현실의 김겸을 모델로 했지만 김겸과 다르다. 두 개의 복원을 포개고 떼 내며 이한열의 29주기를 읽는다. 이한열과 L을 포갤 때, 1987년과 2016년은 간극을 좁혀 ‘역사의 진보’를 불신하는 뿌연 거리에서 만난다. 김겸과 ‘나’를 떼어 낼 때, 복원돼야 할 이한열의 정신과 여전히 그 짐을 벗지 못하는 L의 고통이 퇴행하는 시대에 결박돼 몸부림친다.

이문영 기자 moon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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