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제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제주 4·3 평화공원 행방불명인 묘역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녘의 땅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아~ 반역의 세월이여 아~ 통곡의 세월이여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다시 봄이고 4월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 광주 5·18이라면, ‘잠들지 않는 남도’는 제주4·3과 한 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제창에서 합창으로 변했고, 지난 2014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뒤 ‘잠들지 않는 남도’는 공식 석상에서 사라져, 다음달 3일 열리는 추념식에서도 부를 수 없게 됐다. ‘잠들지 않는 남도’는 4·3의 아픔과 분노가 담겨 있는 노래로 가수 안치환씨가 1988년에 작사·작곡했다.
올해 또한 대통령 참석이 없이 국가추념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벌써 10년째다. 박근혜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순방 일정이 잡혀 있다.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참석한 것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이 유일하다. 노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대량학살을 인정하고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했다.
2000년에 제정된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은 “‘제주4·3사건’이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30여만명의 도민이 연루된 가운데 2만5천~3만명의 학살 피해자를 냈다.
68주년 4·3 희생자 추념일을 맞아 3월20일부터 4월10일까지 4·3 희생자 추념기간이 설정 운영되며, 도내외 각지에서 제주4·3평화재단, 제주민예총, 제주4·3연구소 등 4·3 관련단체 및 문화예술단체들이 다양한 추모 행사를 연다. 강정효 제주민예총 이사장은 “문화예술을 이념의 잣대로 재단하려는 행태가 답답할 뿐이다. 70~80년대 대중가요를 금지곡으로 지정해 부르지 못하게 했던 행위와 다를 바 없다. 한마디로 과거로 되돌아간 느낌”이라며 “오는 2일 오후 6시 제주시청 앞마당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안치환씨와 함께 부르는 평화음악회를 마련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제주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안 행방불명인 표석을 무인비행기를 띄워 찍었다. 희생자 중 시신을 찾지 못하여 묘가 없는 행방불명인을 대상으로 개인 표석을 설치하여 넋을 위로하는 공간이다. 2016년 3월 현재 제주지역 2012기, 영남위원회 443기 등 모두 3887기가 설치되어 있다.
제주/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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