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씨 지목 장소서 시신 못 찾아
폭행도 자백·메모 말고는 증거 없어
폭행도 자백·메모 말고는 증거 없어
5년 전 친모의 가혹행위로 숨진 안모(당시 4세)양 암매장 사건 수사가 막바지로 접어들고 있다. 경찰은 안양의 시신을 암매장한 계부 안씨를 오는 28일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 사건을 매듭지을 방침이다.
의붓딸인 안양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안모(38)씨에게 경찰이 적용키로 한 혐의는 ‘사체 유기’와 ‘폭행’이다.
경찰은 두 혐의에 대한 증거 자료를 보강해 오는 28일 검찰로 안씨 사건을 송치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 의도대로 두 혐의가 법정에서 유죄로 인정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현재로서는 안씨에게 적용된 두 가지 혐의가 전적으로 그의 자백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사체 유기 혐의는 안양의 시신이 나오지 않아 증거가 없고, 폭행 혐의 역시 5년전 일인 데다 증인조차 없어 입증이 쉽지 않다.
경찰이 안씨에게 우선적으로 적용한 사체 유기 혐의는 7년 이하의 징역형이 규정된 무거운 죄다.
2011년 12월 20일께 아내 한씨가 가혹행위를 해 숨진 안양을 신고하지 않고, 2∼3일 집 베란다에 방치했다가 야간에 진천 야산에 암매장했다는 안씨의 진술에 따라 적용된 혐의다.
경찰은 그러나 지난 19일과 21일 시신 수습에 나서 안씨가 지목한 진천군 백곡면 갈월리 야산에서 16곳을 파헤쳤으나 안양의 시신을 찾지 못했다.
경찰이 지난 22일 벌인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서 ‘의붓딸 시신을 진천 야산에 버린 게 맞느냐’는 질문에 안씨의 반응이 ‘거짓’이었다는 소견도 나왔다시신을 유기했을 수 있지만 안씨가 지목한 진천 야산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경찰로서는 안씨의 말만 믿고 진천 야산을 추가 수색하기 난감한 처지가 됐다.
안씨 고도의 전략이든 아니든 안양 시신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경찰 조사에서 순순히 시인하던 그가 법정에서 말을 바꿔 전면 부인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로서는 법률적 조력자가 없지만 재판이 시작돼 변호사가 유리한 쪽으로 법률 지원에 나서면 사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의 폭행 혐의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애가 말을 듣지 않을 때 머리를 한 두 번 때렸다”는 진술을 토대로 안씨에게 폭행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계부가 안 양을 때렸다는 친모의 메모도 발견된 터라 혐의를 입증할 증거로 판단했다.
경찰은 검찰 송치 전까지 안 양의 병원 진료 기록 등을 확인, 안씨의 폭행 혐의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 자료를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찰이 원하는 증거 확보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설령 안양이 폭행으로 의심되는 사안으로 진료를 받았더라도 병원 진료 기록에 안씨가 폭행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을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미 5년전 일이어서 진료 기록 확보조차 어려울 수 있다.
구체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다면 안씨가 법정에서 “단순한 훈육 차원에서 어느 가정에서 있을 법한 머리를 쥐어박는 정도였다”고 혐의를 부인한다면 상황이 꼬일 수 있다.
그의 폭행을 입증할 유일한 증거는 아내 한씨가 남긴 “남편이 때렸다”고 한 짤막한 메모뿐이기 때문이다. 법원이 이 메모만으로 안씨의 혐의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의붓딸 학대와 시신 암매장이라는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것이 분명해 보이는 안씨가 죗값을 제대로 치르게 하기 위해서는 더 확실한 증거가 확보돼야 한다.
검찰로 송치되기까지 남은 닷새라는 짧은 기간에 경찰이 어떤 증거를 보강해 안씨를 법정에 세우고, 응분의 심판을 받게 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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