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부천에서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르자 22일 부천 복사골문화센터에서 ‘이웃의 아이들이 속절없이 희생되는 것을 막자’는 시민 30여명이 모여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아이들 지키기 나선 학부모들
부천 시민모임 ‘우리’ 결성…“이웃들이 힘모아 할 수 있는 일 찾아나가겠다”
부천 시민모임 ‘우리’ 결성…“이웃들이 힘모아 할 수 있는 일 찾아나가겠다”
“왜 우리 동네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계속 일어나는 걸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 대신에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절박감이 들었습니다.”
“세 아이의 아빠로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 없어야 한다는 생각에, 내가 뭘 할 수 있을지 같이 고민해보고 싶었어요.”
22일 저녁 경기 부천시 원미구 복사골문화센터에 시민 30여명이 모였다. 부모들이 아들딸을 살해한 뒤 주검을 유기하는 등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잇따랐던 부천에 사는 평범한 학부모, 청년들이다. 옆집, 앞집에 살던 이웃의 아이들이 속절없이 희생되는 것을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순 없다는 취지 하나로 모였다. 모임 이름은 아파하는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뜻에서 ‘우리’로 정했다.
이 모임을 제안한 사람 중 하나는 부천에서 ‘위기 청소년’을 돕고 있는 명성진(48) 목사다. 명 목사는 저마다의 사연으로 범죄를 저질러 법원에서 보호처분을 받은 청소년들의 위탁보호위원으로 그룹홈(대안가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목사이자 대학교수인 아버지의 학대로 숨진 뒤 집 안에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여중생의 오빠도 그가 위탁받아 돌보던 가출 청소년이었다. 명 목사는 “지금 이 아이는 아버지가 재직했던 대학교 간판만 봐도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그래도 성실하게 배달일을 하면서 자립 의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명 목사는 이런 참극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이유에 대해 “아이들 사연을 들어보면 이혼을 하거나 집안 경제가 기운 뒤 부천에 정착한 경우가 많다. 가난이 대물림되거나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 된 청년들이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고 부모가 되면서 생기는 문제점도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이날 모임은 직업과 나이를 불문한 평범한 시민들이 주축이 됐다. 부천 상동에 거주하는 이종혜(52)씨는 “같은 부천에서 이런 끔찍한 일이 벌어졌는데도 전혀 몰랐다는 게 너무 속상했다. 딸아이가 다 자라 성인이 됐는데 그만큼 다른 지역 사회 아이들에게도 뭔가를 돌려줘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 참석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석자 김남희(27)씨는 “뉴스를 보면서, 부천 주민으로서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아동학대를 막는 데 도움될 일이 없을까 방법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위기 청소년 지원 활동에 참여해온 이정아씨는 “더 이상 기관과 전문가에게만 아이들을 맡기지 말고 이웃들이 힘을 모아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은 지역 공동체를 되살려야 근본적인 아동학대의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데 공감대를 모았다. 부모에게 보호받지 못한 아이들이 집을 나왔을 때 후견을 해주거나 위탁가정이 되고, 아이들이 학대를 피해 몸을 의탁할 수 있는 긴급 피난처를 마련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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