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야경 사진과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합성한 모습.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집회 시위의 자유가 사라졌습니다.”(중략) “오늘 우리는 유령이되 실은 유령이 아닙니다. 유령들의 집회는 오늘이 마지막이어야 합니다.” 처음 만나는 다섯 명의 유령집회 참가자들은 다소 떨리지만, 당찬 목소리로 이틀째 촬영을 시작했다.
12일 오전 11시부터 13일 저녁까지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 한 스튜디오에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앰네스티) 주최로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요구하는 ‘홀로그램 집회’를 위한 사전 촬영 행사가 70여명의 자원자가 몰린 가운데 열렸다. ‘위안부 소녀상’ 철거에 반대하며 직접 그린 그림을 가지고 온 대학생, 현장에서 톡톡 튀는 문구를 만드는 직장인,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등. 때아니게 내린 겨울비로 바깥은 쌀쌀했지만, 실내의 열기는 뜨거웠다. 230여㎡(70여평) 크기의 스튜디오는 크로마키(색상 차이를 이용하여 움직이는 피사체를 다른 화면에 합성하는 기법) 촬영을 위해 바닥에서 천장까지 초록색으로 뒤덮였고, 천장에는 100여개의 형광등과 사람 키보다 큰 조명기구와 마이크가 마련됐다.
13일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의 한 스튜디오에서 ‘홀로그램 집회’를 위한 사전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앰네스티는 지난 1월 박근혜 정부 출범 3년을 앞두고 청와대 인근에서 집회를 열겠다고 했지만, 경찰은 ‘교통방해’ 등의 이유로 불허했다. 이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집회에 모이지 못하는 시민들을 대신해 ‘유령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틀간 촬영한 영상은 재편집해 오는 2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로 10미터, 세로 3미터의 스크린 위로 보일 예정이다. ‘유령집회’는 지난해 4월 스페인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스페인 시민단체 ‘홀로그램 포 프리덤’은 공공건물 인근에서 시위를 못 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킨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열었다.
[‘홀로그램 집회’ 촬영 현장 영상]
남편과 중학생, 초등학생 아이들과 함께 나온 이고은(41)씨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는 끊임없이 지켜야 하는 것임을 알려주고 싶어 나오게 됐다”며 5시간여 고됐지만 즐거운 촬영을 마치고 돌아갔다. 촬영을 못 한 사람은 음성이나 문자를 앰네스티 카카오톡(http://amnesty.or.kr/12425/)으로 보내면 이미지에 더할 예정이다.
첫째 사진은 광화문 야경 사진과 스튜디오에서 찍은 사진을 합성한 모습이고 둘째 사진은 참가자들이 다양한 복면을 쓴 채 행진하는 스튜디오 촬영 현장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스페인 유럽집회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