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프렌즈봉사단’ 김열래씨가 1월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근문화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우울증 예방교육’을 하다가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내 나이가 어때서 <4> 우울증 예방교육 프렌즈봉사단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전문노인자원봉사단인 ‘프렌즈봉사단’의 단원인 김열래(77)씨와 정영식(66)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근문화원(경로당)을 찾았다. 열다섯명 안팎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우울증 예방 교육을 하는 날이다. 프렌즈봉사단은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회원 20명이 팀으로 움직이며 연 12회의 우울 예방 교육, 연 4회의 지역사회 다시 웃기 우울 예방 캠페인, 연 2회의 청소년 우울 예방 교육 등의 정기 활동과 더불어 일대일 결연, 사랑의 안부전화, 방문상담, 문화탐방 등의 활동도 수시로 해오고 있다.
경로당에서 정영식씨가 ○×퀴즈의 10번째 문제를 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맞습니까? 맞으면 동그라미, 틀렸다고 생각하면 가위표를 하세요.”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75살 이상 자살 70%가 우울증 탓
○×퀴즈에 갑론을박, 정답은…
추임새도 넣고 장단 맞추며 공감 진단 10계명, 예방 10계명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듯 ‘콕콕’ 부끄러운 병 아니고
치매 같은 정신병도 아니다 팔 다쳐 깁스하면 낫듯
뇌도 마찬가지 더 사랑하고 예뻐해주고
약과 식사 잘 챙기면 말짱 “맞아 맞아, 바보가 된다더라.” “아니래, 약 먹어도 괜찮다더라.” 정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답은…….”
이에 앞서 김열래씨가 20여분 동안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경로당에서 편하게 자리를 잡은 할머니들은 때맞춰 추임새도 넣고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장단을 맞추면서 교육에 빠져들었다.
“세 가지를 가르쳐 드리려고 합니다. 꼭 지키셔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울증 공부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75살 이상의 어르신들 중에서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분이 전체 자살하시는 분의 70%를 차지해요.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전체 자살률로 봐도 우리나라가 1위였어요.”
-맞아, 1위래 1위.
“오늘 배울 세 가지는 뭐냐면 우울에 대한 증상을 아는 것, 그리고 왜 이 증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치료,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어르신들이 경험해봤겠지만 우울의 우는 걱정이고 울은 답답함이에요. 가슴이 답답한 병이다.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고 결국 잠도 안 와요. 잠을 안 자니 밥맛도 없어지고 체중이 빠지죠. 기운이 없어지니 자신도 없어져. 초조하고 불안해요. 마치 내가 죄인처럼 느껴지는 거죠. 그러다가 자살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도 우울감이 다 있어요. 슬픔도 있고…. 친구랑 싸워도 슬프죠. 길을 나서다가 갔던 길을 또 가고 왔다 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맞아 맞아. 누구 보니 그렇더라. 나이도 얼마 안 되었는데…, 72살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야.
“그렇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목구멍에 뭐가 걸렸다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우울증상이 계속되면 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학교, 가정, 직장에. 그런데 이런 증상이 괜히 오는 것이 아닙니다. 원인이 반드시 있습니다. 우리가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스트레스입니다. 압박감, 긴장감 이건 어디서 와요? 생활 주변에서 옵니다. 돈이 없는 분, 불안한 분, 만성질환 등입니다. 어르신들 어디가 아프세요?”
경로당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반응을 보였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동병상련의 의견과 조언과 진단을 주고받았다.
-허리, 온통 아파, 다리, 관절…, 속도 안 좋고. 짜고 맵게 먹으니 그래. 맞아요 맞아. 당뇨, 골다공증, 콜레스테롤, 혈관이 좁아지고.
“그렇죠. 그런 분들이 약을 계속 드시는데 그런 경우에 약 때문에 뇌로 가는 물질의 밸런스가 서로 안 맞아서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생기는 것이 우울증입니다. 이건 치매가 아닙니다. 정신병도 아니고요. 우리가 팔을 다치면 깁스를 하잖아요. 깁스를 하고 있으면 불편하지만 치료하면 낫습니다. 뇌도 같아서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낫습니다. 병원 가서 치료하면 됩니다. 그렇죠. 얼른 병원에 가면 됩니다.”
김열래씨는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본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보호자가 우울증 환자를 사랑하고 예뻐해줘야 하고 약과 식사를 잘 챙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날 어르신들에게 강조한 우울증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술과 카페인을 피하고 담배는 끊어버린다. 담배를 피우면 우울증 확률이 2배가 된다.
2. 육류를 줄이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다.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등 푸른 생선이 좋다.
3. 하루에 20분 이상 햇빛을 쬔다.
4.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5.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마신다. 물을 마시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물을 자주 마셔서 속에 있는 나쁜 것을 내보낸다.
6.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7. 항상 대화하는 습관을 기른다. 그러기 위해선 친구가 있어야 한다.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
8. 욕심을 버리고 체념하는 법을 배운다.
9. 자주 많이 웃고 또 웃는다.
10. 이 모든 것의 총합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해소법의 하나로 교차호흡법이 있다. 오른손 검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깊게 숨을 쉰다. 이번엔 반대로 한다. 1분에 열두 번 정도 해본다.
김씨는 교육 막바지에 어르신들에게 호소하듯, 친구에게 당부하듯 강조했다.
“우울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 약 먹어도 중독 안 됩니다. 반드시 낫습니다.”
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추임새도 넣고 장단 맞추며 공감 진단 10계명, 예방 10계명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듯 ‘콕콕’ 부끄러운 병 아니고
치매 같은 정신병도 아니다 팔 다쳐 깁스하면 낫듯
뇌도 마찬가지 더 사랑하고 예뻐해주고
약과 식사 잘 챙기면 말짱 “맞아 맞아, 바보가 된다더라.” “아니래, 약 먹어도 괜찮다더라.” 정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답은…….”
2. 정영식씨가 OX퀴즈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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