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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혼하고 홀로…검은 옷·모자에 ‘방콕’ 밝은색 입혔더니 말문 트고 바깥활동

등록 2016-02-02 20:13수정 2016-04-07 09:21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프렌즈봉사단 단원들인 정영식, 김열래, 박상희, 윤정화씨(왼쪽부터).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프렌즈봉사단 단원들인 정영식, 김열래, 박상희, 윤정화씨(왼쪽부터).
프렌즈 단원 중에는 2007년부터 계속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 미근경로당에서 교육을 마치고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으로 돌아와 초창기부터 활동한 회원 박상희(75)씨, 윤정화(76)씨와 인터뷰를 했다.

-미근경로당에서 교육하는 것을 보니 프렌즈 단원들이 대단히 뛰어난 교육을 하더라. 어떻게 배우는가?

“수시로 전문강사를 모셔서 배웠고 최근 기법까지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2008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이경희 교수가 ‘노년의 특성과 노년학습자의 이해’를 강의했고 그밖에 노인 우울 및 자살의 이해, 노년기 정신건강 및 전화상담 기법, 시니어강사 스피치 교육, 자살예방교육, 우울예방강사 양성교육 등을 배웠다.”

-상담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박상희) “2009년인가에 나하고 동갑인 할아버지와 복지관을 통해 일대일 결연으로 상담하게 되었다. 이분이 이혼하고 자녀들도 집을 나가버려 혼자 살게 되었는데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항상 방 안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는 거다. 대화를 시도했는데 모자를 쓰고 있으니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모자를 벗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집에 가서 남편에게 이런 이야길 했더니 ‘옷과 모자를 새로 장만해서 주자’고 하더라. 그래서 밝은색으로 싹 갈아입혔다. 그러고는 변화가 왔다. 1년 정도 걸렸다. 밝아지니 대화도 하고 바깥출입도 하더라. 난초 치는 것도 배우고 서예도 하더니 마포복지관에서 서예 선생도 하더라. 우리 남편이 아파트 경비 일자리를 제의했는데 그건 또 ‘매이는 게 싫다’면서 거절하더라. 상담도 했지만 투자도 했다. 이분이 갈비탕을 좋아해서 가끔 사 드린다. 남편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형님 아우 하고 지내고 있다.”

-본인은 어떤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가?

“내가 형제가 여자 여섯인데 다섯째 딸이다. 아버님이 아들처럼 키우겠다면서 이름을 지으셨다. 봉사하면서 살아야 명이 길어진다고 어릴 때부터 내게 말씀하셨다. 그게 평생 따라다녔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과연 말 그대로 된 것 같다. 내가 유방암과 난소암이 걸렸는데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 은혜를 입었는지 살아남았다. 하하.”

곁에 있던 윤정화씨에게 사례를 물었다.

윤씨는 “내가 상담을 맡았던 할머니는 아현동에 살았는데 수급자가 아니었다. 아들이 3명 있다는데 다 나가 살았으니 할머니 혼자였다. 가보니 집이 큰데 전화도 불통이고 전기도 끊어져 있었다. 집이 컴컴하면 사람이 못 살아. 우리 남편이 공대 출신이거든. 그래서 같이 가서 싹 고쳐주고 왔다. 그 이후엔 그 할머니랑 함께 야유회에 가서 고구마도 캐고 옥수수도 따고 재미있게 잘 지냈다”고 말했다.

프렌즈 단원들은 마지막 한마디를 강조했다.

“욕심을 부리면 안 돼. 내려놓아야 해.”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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