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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교육청 탓하는 장관에게 “아이들만 생각해주세요”

등록 2016-01-22 19:44수정 2016-01-22 21:58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로 보육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 산천동 일민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한 뒤 교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예산 편성 문제로 보육 현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2일 오전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서울 용산구 산천동 일민유치원을 찾아 수업을 참관한 뒤 교실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준식 부총리-보육관계자 간담회
“(교육청이) 하나도 편성을 안 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냐?”(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장관님, 우선 아이만 생각해 주세요. 아이만요.”(유치원장)

누리과정(만 3~5살 무상보육) 최고 책임자인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누리과정 지원비 지급 중단 사태로 혼란에 빠진 보육 관계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해묵은 ‘교육청 책임론’만 고수하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부모들로부터 집중 성토를 당했다.

22일 오전 이 부총리와 방문규 복지부 차관은 서울 용산의 일민유치원에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원장 및 교사, 누리과정 학부모 등 10여명의 보육 관계자들을 만나 누리과정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자리는 전날 밤 교육부의 요청으로 긴급하게 마련됐다. “교육부는 예산 4조원을 다 내려보냈다”, “교육청이 인건비·시설비를 과대 책정해 불용액이 2조원 정도 되는데도 편성을 하지 않고 있다”는 등 누리과정 사태의 책임이 교육청에 있다는 기존 교육부의 입장을 되풀이하는 이 부총리에게 참석자들은 답답한 마음을 쏟아냈다.

이명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서울지회장은 “교육부 주장도 공감하지만 교육감이나 시의회 주장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건 양쪽에서 만나서 충분히 의논하시라”며 “유치원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선지급하겠다’든지 해결책을 말씀해 주셔야지 정부 주장만 얘기하면 어쩌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밤 교육부 요청에 긴급 마련
이 부총리 “예산 다 내려보냈다”
기존 입장 반복에 참석자들 목청
“나라가 아이에 돈 주는 게 이리 옹색”
인근 유치원장들 몰려와 한마디

서울시의회 27일 결론 내리기로

신상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장 역시 ‘정부 선 지원, 후 대책’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 부총리가 “여성들이 경력단절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어야 저출산이 해결된다. 사회관계장관들하고 포괄적으로 정책을 고민하겠다”며 즉답을 회피하자 한 사립유치원장은 “장관님, 아침에 출근하면 교사들도 조리사들도 ‘이번달에 월급 나오냐’고 먼저 묻는다. 지금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라며 “우리나라가 아이한테 돈 주는 거에 이렇게 옹색할 수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호소했다.

동석한 방 차관은 불안해하는 참석자들을 “누리과정 가르치는 한은 걱정하실 것이 없다. 최종적으로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며 “다만 그게 어느 주머니에서 나오냐의 문제”라며 안심시키려 했다. 이에 대해 한 유치원장은 “차관님, 그 많던 보육예산은 다 어디로 갔냐, 그걸로 일단 어린이집 예산을 지원하라”고 요구했다.

간담회는 부총리 방문 소식을 듣고 찾아온 인근 유치원장들까지 한마디씩 호소하면서, 애초 예정된 20분을 훌쩍 넘겨 40분가량 이어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사립유치원장은 “당장 다음주가 문제인데, 소통하고 노력한다는 말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왜 복지부가 맡던 예산을 교육부가 갖고 와서 유치원만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억울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예산안 심의과정에서 삭감한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을 재편성하는 임시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회와 교육감이 나서서 급한 불을 꺼야 하는 게 아니냐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시의회는 27일 최종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다만 예산 재편성을 하더라도 이는 유치원에 해당해 누리과정 사태의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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