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기억의 숲
306그루 은행나무를 심었습니다
2014년4월16일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2014년4월16일을 가슴에 새겼습니다
2016년 ‘병신년’ 새해를 맞았지만, 대한민국은 아직 2014년 4월16일에서 한 발자국, 아니 반 발자국도 나가지 못한 듯하다. 9명의 승객은 아직도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차디찬 바닷속에 잠들어 있다. 최첨단의 시대를 살고 있다지만, 304명의 희생자가 난 세월호가 왜 침몰했는지 우린 정확히 알지 못한다. 트라우마센터 건립, 공동체 복합시설 설치 등 정부가 공언한 세월호 참사 피해 대책도 참사가 일어난 지 2년이 되도록 겉돌고 있다.
간밤에 내린 비로 서늘해진 팽목항에서 모포 한 장 뒤집어쓴 채 ‘골든타임’을 뜬눈으로 지새우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던 엄마 아빠, 친구들의 이름을 가슴팍이 부서지도록 치며 불렀던 친구, 전국 각지에서 내 일처럼 여기며 한걸음에 달려와 함께 슬픔을 나눴던 자원봉사자들을 우린 기억한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백동 무궁화동산에 ‘세월호 기억의 숲’을 조성하는 작업이 오는 4월 완공을 목표로 한창 진행중이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세월호 희생자를 영원히 기억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위로하는 숲으로, 아동 인권과 빈곤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한 배우 오드리 헵번의 아들 숀 헵번이 사회적 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제안해 이뤄졌다. 지난해 가족 단위 개인과 일반 기업체 등이 참여해 성금을 모았다. 약 3000㎡ 정도 동산에 3~3.5m 크기의 15~20년 된 은행나무 306그루가 심어졌고, 숲 가운데 유가족과 생존자 학생들의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추모의 공간인 ‘기억의 방’이 설치된다.
시 ‘아버지’에서 “아이들 입에 밥 들어가는 것이 극락이구나”라고 고은 시은이 말했듯이, ‘이밥에 고깃국’은 아니더라도 물에 인 찬밥에 김치 한 조각을 밥상머리에 앉아 함께 먹는 이곳이 바로 ‘극락’이자 ‘천당’이며 ‘무릉도원’이자 ‘장삼이사’의 집일 것이다.
가슴속에 희생자들을 묻은 가족들과 더 나은 사회를 위해 2014년 4월16일은 잊지 말고 가슴속에 새겨두고 머릿속에 기억해야 하는 이유이다.
작은 사진은 무인기를 띄워 찍은 ‘기억의 숲’ 전체 모습으로, 위쪽으로 가면 팽목항이 나온다.
진도/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무인기를 띄워 찍은 ‘기억의 숲’ 전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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