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댓글 사건’ 위증 혐의의 피고발인 신분으로 출석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대선 개입’ 수사 끝나지 않은 역풍
30일 오전 9시50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 권은희(41)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소를 띠며 기자들 앞에 섰다. 경찰복을 벗고 지난해 7·30 재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꼭 1년이 지난 날이었다. 김용판(57)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을 처벌받게 하려고 재판에서 위증을 했다는 혐의로 고발돼 검찰에 출석한 그의 표정은 밝았다.
‘수사과정에 축소와 은폐가 있었다는 주장에 변함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권 의원은 “(축소·은폐는) 국정원 사건 수사 결과에서 드러난 사실로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햇수로 3년 만에 사건이 돌고 돌아 제 앞에 왔다. 아직 국민들에게 알려드릴 내용이 많다”고 했다.
2012년 12월11일 불거진 국가정보원 대선 여론 조작 사건은 많은 부침을 겪었다. 당시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던 권 의원은 사건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이듬해 2월 송파경찰서로 전보됐다. 두달 뒤 그는 “국정원 사건 수사 과정에 경찰 상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수사 초기 상부 압력 폭로한
권 의원 되레 처벌받을 위기 보수단체 고발에 검찰 출석
“국정원 사건 돌고 돌아 제 앞에
아직 국민께 알려드릴 내용 많다” 검찰 수사 이끌던 윤석열도
중징계 받고 한직 밀려나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55)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를 못할 만한 외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직속상관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조영곤(57)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냐”며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을 막았다. 윤 전 팀장은 중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밀려났고, 특별수사팀의 울타리가 돼주던 채동욱(56) 검찰총장은 석연찮은 배경 속에 터져나온 혼외자 논란으로 2013년 9월 불명예 퇴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채 전 총장과 윤 전 팀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의) 노력으로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압 속에서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경찰의 정치 편향이 일부 확인돼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선 사흘 전인 2012년 12월16일 밤 11시에 “(국정원 직원이 단 댓글 가운데)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내도록 한 것은 누가 봐도 그 ‘의도’가 뻔했지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특정 후보자에 대한 당선·낙선 목적이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고, 대법원은 올해 초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은 항소심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16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가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사이 이른바 보수단체는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권 의원의 법정 증언이 거짓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수사·정보기관장들은 면죄부를 받거나 혐의의 상당 부분을 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를 폭로한 경찰관은 처벌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권 의원은 이날 “원 전 원장 사건기록 확보”와 함께 “김 전 청장과 국정원의 커넥션이 담긴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의 수사 외압이 사실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에 두 사건의 수사기록을 요청하겠다는 의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권 의원 되레 처벌받을 위기 보수단체 고발에 검찰 출석
“국정원 사건 돌고 돌아 제 앞에
아직 국민께 알려드릴 내용 많다” 검찰 수사 이끌던 윤석열도
중징계 받고 한직 밀려나 검찰도 마찬가지였다. 이 사건 특별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55) 당시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은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를 못할 만한 외압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직속상관으로 수사를 지휘하던 조영곤(57)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야당 도와줄 일 있냐”며 국정원 직원 체포와 압수수색을 막았다. 윤 전 팀장은 중징계를 받고 한직으로 밀려났고, 특별수사팀의 울타리가 돼주던 채동욱(56) 검찰총장은 석연찮은 배경 속에 터져나온 혼외자 논란으로 2013년 9월 불명예 퇴진했다. 권 의원은 이날 채 전 총장과 윤 전 팀장의 이름을 언급하며 “(이들의) 노력으로 많은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외압 속에서도 국정원의 정치 개입과 경찰의 정치 편향이 일부 확인돼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졌지만, 이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선 사흘 전인 2012년 12월16일 밤 11시에 “(국정원 직원이 단 댓글 가운데) 문재인·박근혜 후보에 대한 지지·비방 댓글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도자료를 내도록 한 것은 누가 봐도 그 ‘의도’가 뻔했지만,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경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당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특정 후보자에 대한 당선·낙선 목적이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밝혔고, 대법원은 올해 초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원세훈(64) 전 국정원장은 항소심이 공직선거법 위반죄를 인정했으나, 대법원은 지난 16일 ‘유죄 판결의 근거가 된 증거가 증거능력이 없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사이 이른바 보수단체는 “김 전 청장이 국정원 직원에 대한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막았다”는 권 의원의 법정 증언이 거짓이라며 검찰에 고발했다.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수사·정보기관장들은 면죄부를 받거나 혐의의 상당 부분을 덜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이를 폭로한 경찰관은 처벌받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권 의원은 이날 “원 전 원장 사건기록 확보”와 함께 “김 전 청장과 국정원의 커넥션이 담긴 자료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전 청장의 수사 외압이 사실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법원에 두 사건의 수사기록을 요청하겠다는 의미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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