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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완구·홍준표 기소한 검찰, 친박 6인은 “증거 없다”…예견된 부실 수사

등록 2015-07-02 21:35수정 2015-07-10 03:03

82일간의 수사과정

성완종 최종 2주일 행적 면밀분석
리스트 만든 까닭 규명 못해
당사자들 부인 깰 반증도 못찾아
‘성완종 리스트’ 수사 일지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총 140명을 460여회 조사했고 압수수색을 33차례 진행했으며 디지털 자료 9.3테라바이트(TB)를 분석했다.”

문무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은 2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팀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행적을 복기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를 설명했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2주일간의 행적을 10분 단위로 복원해 분석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미의 관심을 끈 로비장부는 결국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리스트에 8명의 이름만 남긴 명확한 이유도 밝혀내지 못했다. ‘작성자’가 사망한 상태라 완벽한 복원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웠다.

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리스트를 남기게 된 계기는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였다고 추정했다. 성 전 회장은 3월 중순 경남기업 수사가 시작된 뒤 주변에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호소했다고 한다. 또 경남기업 비자금을 관리한 한아무개 전 부사장이 검찰에 ‘2011년 6월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줄 1억원을 윤승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사실을 알고는 윤 전 부사장에게 연락해 입단속을 했다.

그의 변심이 시작된 것은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4월6일부터다. 성 전 회장은 급히 비서진을 불러 정·관계 인사들을 만난 사실을 기록한 일정표를 정리하라고 지시하고, 윤 전 부사장이 입원한 병원까지 찾아가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과정을 상세하게 복기했다. 영장 청구를 기점으로 혐의를 감추려던 쪽에서 이를 남기는 쪽으로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이다.

수사팀은 이런 태도 변화에서 ‘리스트’를 남긴 동기를 읽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전달자나 목격자가 있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 지사를 제외한 6명과 관련한 의혹을 더 밝혀내는 데는 실패했다. 성 전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란 관측은 그대로 들어맞은 것이다. 사건 초기부터 검찰 관계자들은 “공여자가 죽고 없으니 보통의 경우라면 시작하지 않을 수사다”, “유죄는커녕 기소도 힘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관측은 결국 실제 상황이 됐다.

이런 상황에서, 유력한 증거가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의혹 당사자들은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다. 대선자금 2억원을 받은 의혹이 불거진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대선 당시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인 성 전 회장과는 다른 조직총괄본부 사무실을 썼고, 당시 성 전 회장을 사적으로 알지 못했다’고 했다.

또 “새누리당과 선진통일당의 합당 논의 및 추진 과정에서 만난 사실은 있으나, 어떠한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서병수), “동료 국회의원으로서 알게 됐으나 어떠한 금품도 받은 사실이 없다”(유정복), “성 전 회장과 친분관계는 있으나 금품을 수수한 사실은 없다”(이병기),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을 만난 적은 있지만 금품을 제공받은 사실은 없다”(허태열)는 해명이 이어졌다. 검찰은 이를 반박할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고 한다. 2006년 9월 롯데호텔 헬스클럽에서 10만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구체적 단서는 찾아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성 전 회장이 마지막 순간 리스트 속 8명을 지목한 이유와 기준은 오리무중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선거법 위반 사건 때와 경남기업 수사가 개시된 뒤 그와 관련된 (성 전 회장과 리스트 인물들 간의) 대화가 있었다는 점은 확인했다”면서도 “경남기업 수사 시작 뒤 특별히 빈번한 통화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8명에게 구명 로비를 했다가 거절당해 복수심에 이들의 이름을 올렸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경남기업 현장전도금 32억원의 사용처가 모두 확인된 게 아니란 점도 수사에 여운을 남긴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금으로 인출된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관련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경남기업 관계자들이) 사용처를 기억하는 금액은 제한적이었다”고 밝혔다. 로비에 쓴 것으로 밝혀진 금액이 합쳐서 4억원도 안 되는 상황에서 남은 돈의 사용처가 모두 밝혀지지는 않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수백만~수천만원씩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은 확인했지만 인출 시기와 금액이 성 전 회장이 리스트에 등장한 인물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시점이나 정황과 맞아떨어지지 않아 리스트 속 6인은 불기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없는 상황에서 이 전 총리와 홍 지사의 유죄를 받아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목격자와 전달자가 있어 돈이 전달됐다는 사실까지는 어렵게 입증한다 해도 돈의 ‘성격’에 대해서 법원이 어떤 판단을 할지는 속단하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관련영상: 그 분 보시기 좋았을 성완종 리스트 수사 발표 / 당신의 스마트폰은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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