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 전 국무총리가 14일 오전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출석하면서 포토라인에서 발언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완구 검찰 소환
이임식 보름만에 공개석상에
“진실 이길 것은 없다” 결백 주장
굳게 다문 입술…사정 담화 때와 흡사
홍준표 때와 같은 조사실
3천만원 수수 의혹 밤늦도록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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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이길 것은 없다” 결백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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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눈물을 글썽이며 국무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던 이완구 전 총리가 보름여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14일 오전 9시55분께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것이다. 총리에서 피의자가 돼 검찰청을 찾은 그는 한껏 경직된 표정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이날 아침 서울 도곡동 자택을 나서 검찰청사로 온 이 전 총리는 카메라 200여대가 내뿜는 플래시 세례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아랑곳하지 않고 “우선 제 할 말을 좀 하겠다”며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특유의 중저음으로 “이번 일로 총리직을 사퇴하고,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심려 끼쳐드린 점 대단히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이 세상에 진실을 이길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늘 검찰에서 상세히 제 입장을 말씀드리고, 검찰의 이야기도 듣고 해서 이 문제가 잘 풀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 3000만원을 받은 게 사실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졌지만, 그는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검찰조사 하고 나서 여러분과 인터뷰를 할 수 있도록 기회를 갖는 것을 검토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조사실로 향했다. 보좌진 4~5명이 그의 뒤를 따랐다.
그는 ‘사정 정국’의 방아쇠를 당겼던 지난 3월12일 대국민담화 때도 굳은 표정으로 카메라 앞에 섰다. 당시 이 전 총리는 검찰과 경찰을 지휘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을 배석시킨 채 ‘부정부패에 대한 심판자’를 자처했다. 그는 “‘부패와의 전쟁’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기필코 완수하고자 한다”며 “정부는 모든 역량과 권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부패와의 전쟁’을 통해 구조적 부패의 사슬을 과감하게 끊어내겠다”고 했다. 며칠 뒤 검찰은 경남기업 압수수색에 나섰다. 당시 그는 ‘완장’을 찬 서슬 퍼런 사정 정국의 지휘자였다.
이 전 총리는 오전 9시58분께 서울고검 12층 1208호 조사실에 도착해 문무일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장(대전지검장)과 가벼운 인사를 나눴다. 지난 8일 ‘성완종 리스트’ 8인방 가운데 첫번째로 소환된 홍준표 경남지사와 같은 조사실이었다. 문 팀장은 그에게 커피를 권하며 10분가량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이어 특별수사팀에 최근 추가로 파견된 주영환 부장검사가 그를 조사실 피의자석으로 안내했다. 노트북 앞에 앉은 부부장검사와 검찰 수사관 한명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주 부장검사는 2013년 4월 부여·청양 국회의원 재선거 당시 성 전 회장에게서 3000만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앞서 수사팀은 부여 선거사무소에 동행했던 성 전 회장의 비서 금아무개씨와 운전기사 여아무개씨 등으로부터 이 전 총리가 성 전 회장을 독대했고, 성 전 회장이 이 자리에 3000만원을 들고 가는 모습을 목격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총리의 해명을 충분히 듣고 있다”며 “수사팀이 준비한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전 총리 쪽 측근들을 상대로 이뤄진 조직적인 ‘말 맞추기’ 정황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전 총리는 의혹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전 총리) 본인이 스스로 많은 말씀을 하실 수 있도록 충분히 기회를 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다양한 소명자료를 준비한 홍 지사와 달리 이 전 총리는 소명자료는 그다지 준비해 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조사는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수사팀은 이 전 총리에 대한 조사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처벌 수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이르면 다음주 중 이 전 총리와 홍 지사를 함께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그간 여러 (인물에 대한) 수사를 동시에 진행했기 때문에 별도 일정으로 가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종합적인 일정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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