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전 불법 정치자금 1억원 수수 등 혐의로 검찰 ‘성완종 리스트’ 특별수사팀에 소환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기자들과 문답을 하다 “‘모래시계 검사’가 피의자로 검찰에 왔다고 관심들이 많습니다. 심경이 어떠시냐?”는 질문이 나오자 취재진을 밀치며 청사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검찰 ‘혐의 시인하든 않든 기소’ 분위기
1억수수만으로는 구속가능성 낮아
문제는 돈전달자 진술회유 여부
수사팀 “시도정황만으로도 구속사유”
1억수수만으로는 구속가능성 낮아
문제는 돈전달자 진술회유 여부
수사팀 “시도정황만으로도 구속사유”
“대기업 오너이자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이 돈을 줬다는 메모와 전화통화 녹음을 남기고 자살했다. 중간 전달자라는 사람도 전달한 게 맞다고 한다. (죄가 있는지 없는지) 최종 판단은 법원이 하겠지만, 검찰로서는 기소를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1억원을 전달받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가 한 말이다. 8일 검찰에 출석한 홍 지사가 혐의를 시인하건 부인하건 기소는 불가피하다는 게 검찰 안팎의 분위기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여권 유력인사 8명 가운데 유일하게 전달자와 전달 과정 등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홍 지사를 기소하지 못할 경우 나머지 인사들은 소환조차 어려워 현실적으로도 기소는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결국 남은 것은 홍 지사의 구속영장을 검찰이 청구할지 여부다. 현재 드러나 있는 불법정치자금 1억원을 받았다는 혐의만으로는 영장 청구 가능성이 높지 않다.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의 경우 검찰은 2009년 이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수액이 2억원 이상인 경우에만 영장을 청구해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홍 지사가 중간 전달자인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는 데 관여한 정황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허위 진술 강요는 그 자체만으로 증거인멸죄에 해당하지 않지만 구속수사의 사유는 될 수 있다. 구속영장 발부 근거 가운데 하나인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수사팀은 홍 지사의 측근인 김해수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엄아무개씨가 윤씨를 회유하려고 한 발언이 각각 녹음된 파일 2개를 확보했다. 이 녹음 파일에는 홍 지사의 관여를 암시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엄씨는 지난달 중순께 윤씨와 통화하면서 “홍 지사의 부탁을 받고 전화했다. 1억원을 나아무개 보좌관한테 준 것으로 진술하면 안 되겠느냐. 이미 그쪽(나 보좌관)과는 말을 다 맞춰놨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전 비서관도 지난달 중순께 서울 신라호텔로 윤씨를 불러내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복수의 인사가 포함된 대책회의를 열어서 다 입을 맞췄다. 당신 하나 수사에 협조한다고 상황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한다. 홍 지사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에서 내린 결정에 따라 본인이 이런 얘기를 전한다는 취지로 들리는 발언이다.
검찰 수뇌부는 홍 지사의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한 입장이다. 한 검찰 고위 인사는 “조사를 해봐야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겠지만 액수가 2억원에 못 미치기 때문에 일단은 불구속 기소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또다른 고위 인사도 “홍 지사의 영장은 (청구하기) 어렵다. 홍 지사가 관련자들을 회유하고 협박했다는 걸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팀은 지금까지 드러난 회유 시도 정황만으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는 강경한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수사팀은 홍 지사가 진술 회유에 관여했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부장판사는 “돈을 건넸다는 이의 진술이 있고, (그걸 번복하게 하려는) 진술 회유에 관여한 정황이 있다면 영장청구가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며 “이런 경우 사건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감안하면 법원으로서도 영장을 기각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원철 서영지 기자 wonchul@hani.co.kr
[관련 영상] 무죄확신, 출두요~ 홍준표 경남지사 검찰 소환 / <한겨레TV> 불타는 감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