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 검찰총장은 지난 4월12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금품 로비 리스트’ 파문과 관련해 긴급 간부회의를 소집했다. 한겨레 이종근 기자
지난 29일 이완구 전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의 일정 담당 비서를 소환 조사하며 칼끝을 ‘증거인멸’에서 ‘성완종 리스트 8인’으로 돌리기 시작한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이 부장검사급 중간간부를 추가 파견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주에 홍 지사와 이 전 총리를 소환조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30일 검찰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대검찰청은 특별수사팀의 검사 추가 파견 요청을 검토중이다. 대검은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일선 고검 소속 부장검사를 추가 파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수사팀은 리스트에 오른 정권 실세들에 대한 금품로비 의혹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측근 그룹의 증거인멸 시도라는 두 줄기를 쫓는 ‘투트랙’ 수사를 진행해왔다. 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가 수사했던 경남기업 횡령·사기 사건 기록을 재검토해 불법자금으로 사용됐을 ‘비자금 저수지’를 찾는 작업도 병행해 왔다. 증거인멸 수사가 확대되고 계좌추적과 회계자료 분석 등에 시간이 소요되면서, 수사팀 보강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은 당장 인력을 보강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등이 잇따라 언급해온 성 전 회장의 특별사면에 대한 본격 수사 움직임으로 인식될 소지가 있어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수사팀은 전날 불렀던 이 전 총리와 홍 지사 쪽 일정 관리 담당 실무진 중 한명에게 추가 소환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르면 5월1~5일 연휴가 지난 뒤, 이 전 총리나 홍 지사를 부를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이 완성을 거둔 4·29 재보선 결과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도 관심사다. 수사팀이 ‘기초작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특별검사한테 사건이 넘어갈 수 있는 만큼 (‘부실 수사’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꼼꼼히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과 “재보선을 앞두고 (여당 실세 정치인 소환을 미뤄) 정치권 눈치보기가 심하다”는 평가가 공존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초기에 시원시원한 수사 행보를 보여 국민의 지지를 등에 업어야 주도권을 쥘 수 있었을 텐데, 이제는 그 시기를 놓친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반면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다른 현직 검사장은 “수사팀이 손에 쥔 카드가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천천히 기초작업을 진행하는 게 정석에 가깝다”고 말했다.
일단은 여당이 압승해 수사팀의 어깨가 가벼워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앞서 ‘조기 특검론’을 제기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밝혀 특검 도입론이 힘을 얻고 있었다. 선거에서 야당이 참패해 조기 특검론은 힘을 잃을 수밖에 없고, 수사팀으로서는 특검을 의식할 필요가 줄어들게 된 셈이다.
하지만 청와대나 여당이 기세등등해졌기 때문에 여권 실세에 대한 수사가 더 녹록지 않을 것이라는 정반대의 시각도 있다. 오히려 박 대통령이 ‘관심’을 두는 성 전 회장 특별사면에 대한 조사에 검찰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말도 나온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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