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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증거인멸 먼저 캐기’ 성완종리스트에도 통할까

등록 2015-04-28 21:33

증거인멸 실행자들
검찰에 무너지는 순간
수사 급진전 사례 많아
한화·불법사찰 수사때 효과
검 “은닉자료 일부 찾아내 검토”
“수사가 생각보다 질척거리는 것 같다.” 며칠 전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보며 내놓은 ‘관전평’이다.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아 답답해 보인다는 뜻이었다.

실제로 특별수사팀은 경남기업 쪽의 증거인멸이라는 ‘지류’를 파헤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리는 박준호(49)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43) 부장을 증거인멸 혐의로 각각 25·26일 구속했다. 지난달 18일과 25일 경남기업 직원들이 증거물을 조직적으로 은폐한 정황을 잡고, 이를 주도한 두 측근의 신병을 확보한 것이다.

수사팀은 이 ‘지류’ 수사가 곧 ‘본류’인 성완종 리스트 속 인물 조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리스트를 폭로한 성 전 회장이 없는 상태에서는 그가 남긴 증거물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강도 높은 증거인멸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측근 그룹의 증거인멸 행위에 대한 수사는 본류 수사를 뒷받침하는 것”이라며 “수사팀의 고민은 현재 상황에서 보다 가치있는 증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지 어떤 방식이 효율적인지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과거에도 조직적인 수사 비협조에 맞선 기선 제압 카드로 증거인멸 혐의를 활용하곤 했다. 2010년 한화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 검찰은 조직적인 수사 방해에 증거인멸 수사를 적용했다. 같은 해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 수사 때도 장진수 전 주무관이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디가우싱’했다는 혐의부터 찾아내 윗선으로 이어지는 진술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당시 수사는 이인규 전 공직윤리지원관과 진경락 기획총괄과장 등을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됐지만, 장 전 주무관이 2012년 “수사 당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증거인멸을 지시했다”고 폭로하면서 재수사로 이어지기도 했다. ‘별건’으로 보였던 증거인멸 수사가 사건의 실체를 밝혀내고 관련자들을 법정에 세우는 데 유력한 지렛대로 사용된 경우들이다.

특별수사팀이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한 박 전 상무와 이 부장 역시 이번 수사의 ‘키맨’으로 손꼽힌다. 이들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매일 진행됐던 대책회의에 참석했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비자금 장부’ 등 핵심 증거의 행방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인물들인 셈이다. 수사팀은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한 뒤 연일 불러 강도 높은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증거인멸과 관련해서 생각보다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폐기와 은닉 행위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닉 자료 가운데 일부를 찾아내 심층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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