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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항공료 거짓말…‘김기춘 10만달러’ 검찰조사 빨라지나

등록 2015-04-23 20:15수정 2015-04-23 22:21

성완종 리스트 파문

처벌 가능성 여부 떠나
사실규명 필요성 커져
검찰 단계별 확인 방침
23일 오전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3일 오전 새누리당이 불참한 가운데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06년 9월 박근혜 대통령 일행의 독일·벨기에 방문 비용에 대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후순위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던 그의 10만달러 수수 주장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10만달러 수수 의혹에 대해서는 공소시효가 수사의 걸림돌로 지적됐지만 의혹이 커지면서 검찰로서도 소극적으로 조사하기에 어려운 상황이 돼가고 있다.

독일의 콘라트 아데나워 재단본부는 <한겨레>에 보내온 전자우편(<한겨레> 4월23일치 1·3면)에서 “재단은 (한국과) 유럽을 오가는 국제항공편에 대해 지불하지 않았다”며, 벨기에 브뤼셀~독일 베를린 이동 항공편 등 유럽 내에서 발생한 비용만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전 실장은 앞서 “모든 방문 비용은 아데나워 재단이 댔다”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 거액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애초 김 전 실장한테 건넸다는 10만달러는 공소시효 문제로 기소가 어렵기 때문에 우선적이고 집중적인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지는 않았다. 10만달러를 받은 게 사실이라면, 그 성격을 뇌물로 볼지 불법 정치자금으로 볼지에 따라 시효가 달라지기는 한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이미 시효가 지났다. 뇌물죄는 기본적으로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 10년으로 늘 수 있다. 문제는 2006년 9월 당시 환율로 10만달러는 9442만원 정도에 그친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 고위 관계자는 “공소시효 도과가 법리적으로 명백한 상황이라면 불필요한 소환조사를 거칠 필요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의 해명에 거짓말 논란이 일면서 상황은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8명은 법리적으로 기소가 가능하냐의 여부를 떠나 어떤 식으로든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있어왔다. 말 그대로 ‘국민적 의혹’의 대상에 대해 돈이 갔는지 말았는지를 확인하지 않으면 여론이 납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우선 성 전 회장의 주장을 단계별로 확인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 일행의 공항 통관 절차부터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건넸다는 10만달러를 들고 나갔다면 공항 당국에 신고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게 첫 단추다. 외국환관리법과 관세법은 1만달러 이상을 소지하고 출국하려면 세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0만달러가 당시 경비로 쓰였는지를 확인하려면 박 대통령 일행의 경로를 따라 얼마나 비용이 들었고, 누가 부담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 10만달러 수수 주장의 진위는 이 돈이 박 대통령이 궁극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민감한 대목이다.

수사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튀어나올 가능성도 있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자 곧바로 현 정부 실세들에게 사면 청탁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사면은 청와대의 전권 사항이고, 김 전 실장은 당시 현직에 있었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면 메모 내용에만 집착하지 말고 인물들 사이의 관계와 이해관계에 주목해야 한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는 것만이 특별수사팀이 살 길”이라고 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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