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금품 로비 사건 때마다 결정적 증언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도 돌파구 역할
‘성완종 리스트’ 수사에서도 돌파구 역할
정치인 금품로비 사건에서는 종종 운전기사가 결정적 증언을 하거나 물증을 제시해 수사의 돌파구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 이번 ‘성완종 리스트’ 사건도 예외가 아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2013년 4월4일 국회의원 재선거를 앞두고 충남 부여 선거사무소에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성 전 회장의 언론 인터뷰 내용은 그의 운전기사인 여아무개씨가 ‘수행비서가 비타500 상자를 선거사무소로 가지고 올라갔다’고 증언하면서 신빙성이 생겼다. 이 총리가 극구 부인하는 가운데, 이번에는 그의 운전기사 출신인 ㅇ씨가 언론을 통해 “당시 이 총리와 성 회장이 독대했다”고 주장해 이 총리에게 ‘카운터 펀치’를 날렸다. 운전기사의 말을 뒷받침하는 선거사무소 자원봉사자의 목격담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검찰도 이 총리 의혹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고 있다.
과거에도 금품을 받아챙긴 정치인 수사는 운전기사의 입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6월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의 운전기사는 박 의원의 차량에 있던 현금 3000만원과 서류뭉치가 있는 가방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이 돈의 출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박 의원이 해운조합 등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 등을 포착했고 결국 박 의원은 구속돼 1심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에 유죄를 선고받았다.
2012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당선된 현영희 전 의원은 공천을 받게 해달라며 부산시당 홍보위원장에게 5000만원이 든 쇼핑백을 전달했다. 이를 지켜본 운전기사가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고, 올해 1월 유죄 확정으로 의원직을 잃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브로커 이동율씨한테서 2억원을 받았다가, 이씨의 운전기사 최아무개씨가 돈을 건네는 현장 사진을 찍어 검찰에 넘기는 바람에 구속됐다. 저축은행 비리로 수사 대상이 된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은 중국으로의 도피를 시도하다 역시 운전기사의 제보로 밀항 직전 해경에 체포됐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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