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평양면옥 입구 전경.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숨지기 전날인 지난 8일 저녁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이곳에서 냉면으로 저녁을 함께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오후 2시 ‘눈물의 기자회견’ 뒤 늦은 저녁 약속 잡아
김 의원쪽 “오래 알던 사이…당시 만남 큰의미 없어”
김 의원쪽 “오래 알던 사이…당시 만남 큰의미 없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목숨을 끊기 전날인 8일 저녁 8시30분께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서울 장충동 냉면집에서 만났다. 앞서 오후 2시 ‘눈물의 기자회견’을 통해 청와대와 여권에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성 전 회장은 김 의원과 애초 예정에 없던 늦은 저녁 약속을 잡았다. 특히 김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의 직전 대표를 지냈다는 점에서 당시 대화 내용이 주목된다.
성 전 회장과 김 의원이 ‘냉면회동’을 한 곳은 평양냉면으로 유명한 장충동의 평양면옥으로 확인됐다. 냉면집 직원은 19일 “지난 8일 식당 마감시간인 밤 9시가 다 됐을 때 김한길 의원이 어떤 남자 한 명과 와서는 식탁에 단둘이 앉아 냉면 한 그릇씩을 먹고 갔다”며 “예약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김 의원은 지난 13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숨지기 전날 저녁 급히 만나자고 연락이 와서 밤 8시30분께 냉면을 먹으며 잠깐 만났다”며 회동 사실은 인정했지만, 자세한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1997년 대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디제이피(DJP·김대중+김종필) 연합 때부터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한다. 김 의원의 측근은 “김 의원은 ‘자수성가’라는 공통점 때문에 성 전 회장을 무척 가깝게 대했다. 두 사람이 자주 만난 건 사실”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의 한 측근도 “‘성완종 리스트’의 정치적 활용을 타진하기 위해 야권 인사를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야당의 ‘역할’을 기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의원의 보좌관은 “성 전 회장과는 오래 알던 사이라 당시 만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우리는 (만남 사실을) 솔직히 밝혔기 때문에 거리낄 것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성 전 회장이 김 의원과 그저 저녁 한 끼 같이 하려고 여의도에서 멀리 떨어진 냉면집을 찾았다고 보기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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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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