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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김진태 검찰총장, 임기 8개월 남기고 ‘시험대’

등록 2015-04-12 22:07수정 2015-04-12 22:41

세월호·정윤회 문건 수사 등
‘청와대 코드 맞췄다’ 평가
‘성완종 리스트’ 수사따라
명예 퇴임-불명예 퇴장 갈려
임기를 8개월 남겨둔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 후 가장 결정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세월호 사건 처리, ‘정윤회 문건’ 수사 등에서 ‘청와대 코드를 맞췄다’는 평가를 받은 김 총장이 현 정권을 정면 겨냥한 ‘성완종 리스트’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박수를 받고 떠날지 불명예를 안고 퇴임할지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애초 자원외교와 기업 비리 수사는 임기 2년차인 김 총장이 ‘벼르던’ 수사 주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지난해 12월 취임 1년을 맞아 개최한 간부회의에서 “지난 1년간 세월호 사고 등 외부 상황에 따른 수사들이 진행된 점이 있었다. 이제는 그밖의 구조적 부정부패에 대한 발본색원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에도 검사장회의 등을 통해 부정부패 수사를 강조했다.

최근 검찰의 사정수사는 이완구 국무총리의 지난달 12일 ‘부패 척결 담화’로 촉발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전부터 김 총장이 포스코 등에 대한 수사에 무게를 실어왔다는 게 검찰 내부의 전언이다. 이 총리는 지난달 12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부패와의 전면전’을 선언하며 자원개발 및 대기업 비리를 콕 집어 언급했다.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청와대가 이 총리와 조율해 담화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담화 바로 다음날 검찰은 포스코건설을 전격 압수수색하면서 사정수사의 포문을 열었다. 그로부터 사흘 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야말로 비리의 덩어리를 드러내야 한다”며 쐐기를 박는 발언으로 수사 성과를 재촉하기도 했다. 김 총장이 ‘외과수술론’을 재강조하며 범죄의 ‘핵심’만 쳐내라고 강조했지만, 검찰로서는 수사의 속도를 조절하기 어려운 지경이 된 셈이다. 검찰 수사가 겉으로 보이는 ‘열기’와 달리 내실을 기하기 어려웠던 것도 이런 ‘정치 바람’을 탔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검찰은 포스코건설 압수수색 이후 한달이 되는 이날까지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놓은 것이 없다. 게다가 성완종 전 회장의 자살까지 겹치면서 이번 사정수사는 일정 부분 패착이 돼가는 분위기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와 녹취록이 먼저 공개되고,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김 총장도 검찰 조직도 절체절명의 상황을 맞게 됐다. 김 총장은 메모 내용이 공개된 10일에는 경남기업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불러 메모의 신빙성, 수사 가능성, 관련 법리를 검토하라는 다소 원론적인 주문을 했다. 하지만 주말 새 2012년 새누리당 대선자금 비리 의혹까지 폭로되자 기존 수사팀에는 맡길 수 없다는 인식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수사는 직간접적으로 청와대와 연결돼 있어 김 총장이 어떤 태도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또 김 총장은 자신이 검찰 수장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수사 대상이 될 수밖에 없어 여러모로 불편하거나 거북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대선자금 비리 의혹이 제기된 상황에서 검찰이 눈치 보이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적극적인 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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