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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홍문종 2억’ 대선자금 수사 단초…검찰 “호랑이 등에 올라탔다”

등록 2015-04-12 19:58수정 2015-04-12 21:45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오후 대검찰청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김진태 검찰총장이 12일 오후 대검찰청 긴급간부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들어서다 기자들의 질문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특별수사팀 수사 칼끝 어디로
검찰이 12일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를 본격 수사하기로 하면서 박근혜 정부 핵심 인사들이 모두 검찰 사정권 안에 들게 됐다.

특히 이번 검찰 수사는 사실상 2012년 대통령선거 자금 수사 성격을 띠게 됐다. 성 전 회장 스스로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의원(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본부 조직총괄본부장)에게 건넨 2억원이 ‘회계 처리가 되지 않은’ 불법 대선자금이었다고 밝힌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검찰로서는 2004년 이후 11년 만의 대선자금 수사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 구성 방침이 발표되자 “검찰이 달리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격이 됐다”고 했다. 중간에 내릴 수도 없으니 갈 데까지 가보는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검찰, 2007년부터 현금화한 비자금 32억 용처에 촉각
언론사 녹취 확보 급선무…‘장부’ 존재여부 확인 주력
거명된 실세 모두 ‘사정권’…‘홍준표 1억’이 출발점 될듯

당장의 수사 단서는 성 전 회장의 ‘말’과 간단한 메모뿐인 것처럼 보이지만 “생물과 같다”는 수사의 성격상 불똥이 어디까지 어떻게 튈지는 아무도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2003년 대선자금 수사도 에스케이(SK)해운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분식회계 고발 사건으로 시작해 ‘차떼기’ 등 천문학적인 규모의 대선자금을 밝혀낸 바 있다.

일단 이름과 액수가 거명된 박근혜 정부 실세들은 모두 수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전 50분간 ‘제보’를 한 <경향신문>은 아직 그 전체 분량에 해당하는 녹취록을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검찰의 다른 관계자는 “그 안에 뭐가 더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으니 수사도 예측 불능”이라고 말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녹취록에 메모에는 이름만 나오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이완구 총리 관련 내용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는 추정도 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 특별수사팀 입장에선 수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폭로된 내용은 메가톤급이지만 자금 공여 주체인 성 전 회장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녹음파일 원본을 확보하는 것부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이 녹취록이 확보돼 증거능력을 인정받더라도 혐의 입증의 근거로 쓰이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리스트에 거명된 이들이 대부분 “황당무계하다”는 등의 말로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이 남겼을지도 모르는 ‘장부’와 금품 전달 과정에 배석하거나 동행했을 성 전 회장의 측근들을 확인하는 데도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과거 뇌물·정치자금 사건에서 종종 등장한 ‘장부’의 존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성 전 회장이 이름과 액수만 적은 메모지도 그에 근거해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장부가 있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금까지 경남기업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임관혁)가 파악한 것으로 알려진 비자금의 행방 조사도 주목된다. 검찰은 경남기업이 2007년부터 매달 수천만원씩 비자금을 현금화했고, 그 액수가 32억원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기업 회계를 담당한 한아무개 부사장은 ‘성 전 회장 지시로 비자금을 현금화했지만 어디에 쓰였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성 전 회장의 변호인인 오병주 변호사는 12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성 전 회장은 한 부사장이 회계 처리를 전적으로 맡아왔기 때문에 회삿돈이 현금화되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없었다. 그 부분은 한 부사장을 중심으로 조사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리스트에 오른 인물 중에서 첫 타깃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성 전 회장 쪽은 홍 지사의 2011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자금 명목으로 1억원을 건넸다는 점을 이미 구체적으로 밝힌 상황이다. 경남기업 고문 출신인 ㅇ씨가 전달자로 특정된데다, 그는 검찰에 나와 사실을 말하겠다고 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수사팀은 홍 지사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홍문종 의원을 통한 대선자금 제공 등과 관련해 수사를 확대할지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가 어느 정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수사 대상이 ‘살아 있는 권력’인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인데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고 돈을 주기도 했다는 게 성 전 회장의 주장인 셈이어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성패를 가를 수밖에 없다. 4·29 재보궐선거가 코앞에 있고, 내년 총선 판도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말까지 나온다. 검찰 안에서는 벌써부터 ‘목을 내놓고 하는 수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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