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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허태열에 7억’ 2007년에 줬다면 공소시효 아직 남아

등록 2015-04-10 21:52수정 2015-04-10 22:19

10일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 차려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빈소 앞에서 경남기업 관계자가 성 전 회장 유품을 경찰과 검찰이 인수인계한 확인서를 휴대전화로 찍어 공개하고 있다. 유품을 넘겨받은 검찰은 ‘메모지 1장’ 등 인수인계 확인서에 적힌 유품 모두를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서산/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10일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 차려진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빈소 앞에서 경남기업 관계자가 성 전 회장 유품을 경찰과 검찰이 인수인계한 확인서를 휴대전화로 찍어 공개하고 있다. 유품을 넘겨받은 검찰은 ‘메모지 1장’ 등 인수인계 확인서에 적힌 유품 모두를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서산/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성완종 리스트 파문

검찰수사, 공소시효·증거가 관건
10일 공개된 ‘성완종 리스트’는 박근혜 정부의 실세들을 망라한데다, ‘공여자’인 성 전 회장이 불법적인 자금 전달의 정황을 적은 것이어서 인화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검찰은 이 메모의 작성자가 성 전 회장인지부터 필적 감정을 통해 확인하겠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죽음을 앞둔 이의 진정성’이 담겨 있는데다 메모에 언급된 몇몇 인사의 경우 최근 선거를 치른 자치단체장들이어서 결국 수사 착수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수사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애나 법리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보충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나 진술이 있는지 검토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직전 <경향신문>과 진행한 인터뷰 내용과 메모지 기록이 일치한다는 점에서, 성 전 회장이 메모에 등장하는 8명에게 실제로 금품을 전달한 사실을 기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확인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김기춘에 2006년 10만달러’
전달시점 환율따라 시효 달라져

리스트·녹취록 뒷받침할
추가물증 확보 나서야

검찰이 메모에 적힌 이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몇 가지 난관이 있다. 먼저 공소시효가 남아 있어야 한다.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에게 건넸다는 돈의 성격을 뇌물로 볼 것인지 불법 정치자금으로 볼 것인지에 따라 시효는 달라진다. 정치자금법 위반은 공소시효가 7년이어서 이미 시효가 지났다. 뇌물죄도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수뢰액이 일정 금액 이상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적용돼 공소시효가 늘어날 수 있다. 가령 성 전 회장 주장대로 2007년 허태열 전 비서실장에게 7억원을 전달했다면, 당시 법에 따라 수뢰액 1억원 이상에 해당하는 시효 10년이 아직 살아 있어 검찰 수사가 가능하다. 반면 메모에 언급된 대로 성 전 회장이 김기춘 전 실장에게 2006년 9월26일에 10만달러(당시 환율로 9442만원)를 전달했다면, 당시 법에 따라 ‘수뢰액 5000만원 이상~1억원 미만’에 해당해 시효가 7년으로, 이미 종료됐다고 할 수 있다. 별도로 날짜나 이름이 적혀 있지 않은 유정복·홍준표·홍문종·부산시장의 경우 전달 시점 등이 추가 진술 등을 통해 드러나야 공소시효를 따져볼 수 있는 상황이다.

시효가 남아 있어 수사가 가능하더라도 추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형사 처벌은 어렵다.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나 그가 숨지기 전 <경향신문>과 한 통화의 녹취록은 법원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있지만, 이는 당사자 일방의 주장일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검찰로서는 메모지나 녹취록의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추가 증거를 찾아야 한다. 검찰은 돈 전달 과정에 심부름을 한 사람을 찾아내 진술을 받거나, 폐회로텔레비전(CCTV) 화면, 금융거래 정보 등 보강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또 뇌물 혐의를 적용하려면 ‘대가 관계’라는 연결고리를 찾아야 한다. 금품수수 당사자로 지목된 김·허 전 실장 등은 모두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결국 수사의 성패는 ‘비자금 장부’ 등 핵심적인 추가 물증의 확보 여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이날 공개된 메모는 언론 인터뷰를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여, 이번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했던 성 전 회장이 또 다른 장부를 남겨놨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메모지에 적힌 유정복 인천시장, 홍준표 경남도지사, ‘부산시장’ 등에 대해서는 지난해 치러진 6·4 지방선거 선거자금을 중심으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들 입장에서 현금이 가장 필요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한순간 ‘오너’를 잃게 된 경남기업 핵심 관계자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해 다양한 진술이나 자료들을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그의 유가족과 경남기업 관계자의 협조를 받아 관련 자료를 확인할 계획이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현재 공개된 메모지와 녹취록 수준에서는 제대로 된 수사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죽음으로 억울함을 호소한 기업인이 이름 적힌 메모만 남겼겠느냐”고 했다.

노현웅 이경미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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