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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성완종 메모’ 먼저 입수한 검찰, 언론 보도 모른체하다 시인…청와대 등과 교감 가능성

등록 2015-04-10 20:05수정 2015-04-10 22:18

김진태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별관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본관 8층에 있는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김진태 검찰총장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검찰청사 별관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본관 8층에 있는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성완종 리스트 파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숨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메모에 적힌 글자수는 55자에 불과했다. A4 용지 3분의 2 크기 흰 종이에는 여권 정치인 8명의 이름과 금액, 날짜만이 단편적으로 기재돼 있었고, 절반으로 접힌 채 발견됐다고 한다.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보면, 그는 현 정권에 대한 서운함과 배신감에서 지난 8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구명을 위한 ‘마지막 에스오에스(SOS)’를 쳤으나 기대했던 반응이 없자, 메모를 작성하고 언론에 전화를 건 뒤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경찰과 검찰의 설명을 종합하면, 경찰은 지난 9일 오후 서울 북한산에서 발견된 성 전 회장 주검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상의 왼쪽 주머니에서 메모지를 발견했다. 경찰은 메모의 존재를 알고도 이날 저녁 언론 브리핑에서는 그와 관련된 언급 없이 일반 유류품만 언급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발견 당시 해당 메모의 내용을 읽어보지 않은 채 주머니에 다시 넣어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날 밤 10시30분께 압수물을 검찰에 넘기는 과정에서 메모의 내용을 확인했다는 게 경찰·검찰의 설명이다.

메모의 존재는 검찰에 의해 전격 공개됐다. 마침 10일 아침 <경향신문>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는데, 검찰은 이에 대해 처음에는 “(그와 관련된) 진술이나 제출된 자료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 뒤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기자들과 만나 “성 전 회장의 변사체를 검시하면서, 고인의 바지 주머니에서 메모지가 한장 발견됐다. 메모지 내용은 몇 사람의 이름과 금액만 기재되어 있다. 그중 한 사람에 대해서는 일자도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 다만 “메모 내용만으로는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무엇을 했는지를 확인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메모가 발견된 곳이 정확히 어디인지를 묻는 언론의 확인 요청이 계속되자 저녁 8시 직전에야 “메모가 발견된 곳은 상의 주머니가 맞다”고 바로잡았다.

검찰이 스스로 메모지의 존재를 밝힌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지만, 성 전 회장이 김기춘·허태열 전 실장에게 돈을 줬다는 인터뷰 기사가 공개 결정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성 전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밝혀 정치권과 검찰이 발칵 뒤집혔는데, 더 많은 친박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암시하는 내용을 담은 메모의 존재를 숨겼다가 혹시 나중에 폭로라도 되면 검찰로서는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는 이날 오후 고인이 안치된 서산의료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어젯밤 특수부 검사가 와서 메모를 가져갔는데, 유족들이 유품인 메모를 달라고 했지만 보여주거나 복사해 주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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