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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비굴하고 비겁한 그때 그 박상옥과 검사들

등록 2015-04-07 10:35수정 2015-04-09 00:57

[한겨레21]
‘박종철 사건’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의도적 부실수사했다는 증언과 정황들
은폐 의혹에 대한 사과는 외면한 채
출세 가도를 달린 검사들의 얼굴
박종철씨는 1987년 1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졌다. 한겨레21
박종철씨는 1987년 1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졌다. 한겨레21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는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1·2차 수사 검사였다. 1987년 1월 박종철씨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물고문으로 숨진 직후 수사에 착수한 1차 수사팀은 고문 경찰관 2명을 기소하는 데 그친다. 그러나 같은 해 5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추가 범인이 더 있다고 밝히자 검찰은 2차 수사팀을 꾸려 나머지 고문 경찰관 3명을 추가로 기소한다. 애초 1차 수사가 ‘부실수사’였던 것이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화위)는 이런 부실수사의 원인에 대해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외압에 굴복해 수사권을 적절하게 행사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박상옥 후보자는 1차 수사 당시 담당 검사로서 추가 범인의 존재를 알고도 덮은 것이 아니라 “몰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1차 수사에서 기소된 고문 경찰관의 법정 진술과 언론 인터뷰, 진화위 보고서, 안상수 창원시장(당시 수사 검사)의 회고록 같은 자료를 살펴보면, 그가 1차 수사 때 추가 범인이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근거가 드러난다. 민주화의 상징인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부실수사한 검사가 과연 대법관의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은 4월7일 열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결론 맺어질 예정이다.

2009년 진화위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1차 수사한 검찰이 “사건의 진상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직무를 유기하여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했다”며 “헌법에 독립성을 보장받고 있었음에도 권력층의 압력에 굴복해 진실 왜곡을 바로잡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표에서 보듯 사건 당시 검찰총장을 비롯해 1차 수사에 관여해 은폐·조작에 책임이 있는 검사들은 사건 이후 안기부장, 검찰총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국회의원 등을 역임하며 ‘승승장구’ 출세의 길을 걷는다. 이들은 당시 사건의 은폐·조작 의혹에 대해 아직 사과하지 않았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지난 3월8일 국회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17년 경력의 주임검사였던 신창언 검사는 여야 표결 결과 압도적인 찬성으로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다. 14년 경력의 강신욱 검사는 아무 문제제기 없이 여야 표결을 통해 대법관에 임명됐다. 8년 경력의 안상수 검사는 스타 검사가 되어 이후 한나라당 대표까지 역임했다. 2년을 갓 넘긴 경력의 말단 검사였던 박상옥 후보자의 대법관 임용에 딴죽을 거는 것은 이치상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박 대변인의 말에는 오류가 있다. 신창언 검사가 헌재 재판관으로 임명된 것은 1994년으로 당시는 검찰이 해당 사건을 은폐·조작했다는 의혹이 일어나지 않았던 시기다. 2009년 진화위 보고서가 나온 뒤에야 당시 검찰도 사건의 은폐·조작에 가담했음이 밝혀졌다. 또한 대법관을 지낸 강신욱 검사는 3차 수사에 합류했던 검사로 은폐·조작에 휩싸인 1~2차 수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안상수 창원시장도 2009년 진화위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강직한 검사’로 알려져 있었지만, 사건의 진실이 드러난 뒤 박종철기념사업회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부실수사’의 죄인들은 모두 출세했다. 이제 막내 검사까지 대법관이 되면 후손은 이 역사를 통해 과연 무엇을 배우게 될까.

송채경화 기자 kh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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