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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순수한 학부모와 순수하지 못한 학부모의 차이는?

등록 2015-04-06 21:27수정 2015-04-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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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 촉구 문자에 “그 돈으로 급식비 내라” 이성애 새누리 경남도의원
2015. 4. 6.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서
“그 분이 진심으로 학부모라면 정말 마음을 많이 다쳤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분이 진심으로 학부모라면 정말 마음을 많이 다쳤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성애 새누리당 경남도의원이 6일 SBS 라디오 ‘한수진의 SBS 전망대’에 출연해 한 말입니다. (▶인터뷰 전문보기 ) 이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 엄마’라는 분의 문자메시지에 “이렇게 보내는 문자 공짜 아니죠. 문자 남발하는 돈으로 아이 기 죽이지 말고 급식비 당당하게 내세요. 어릴 때부터 공짜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는 게 현명한 건지 한 번쯤 생각해보시는 건 어떤지”라고 답해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관련 기사 )

이 의원은 발언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자 “죄송하다. 그분이 마음이 많이 상했을 것 같다. 그 분 입장에서는 충분히 마음을 다쳤을 수도 있겠다 싶다”고 사과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조금 말을 바꿔 사과에 대해 전제 조건을 달았습니다. ‘순수한 학부모라면’과 ’진심으로 학부모라면’이라는 전제지요.

이 의원은 라디오에서 “앞뒤 다 잘라먹고 그 부분만 캡처를 했더라. 그 분도 연달아서 6번 문자를 보내왔다”며 “‘이 분도 또 시작이구나’ 싶어가지고, 순수한 학부모가 아니고, ‘이 분도 또 이런 식으로 해서 또 마지막에 가서는 욕설을 하고 마무리 짓는 그런 분이구나’ 싶어가지고 제가 답을 한 거”라고 말했습니다. 그 뒤 사회자가 “이 분이 욕설을 보낸 건 아닌데, 이렇게 답신을 하신 건 그래도 좀 너무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일단 그 단락만 보면 제가 너무했고, 그 분이 진심으로 학부모라면 정말 마음을 많이 다쳤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순수한 학부모라면’과 ‘진심으로 학부모라면’이라는 전제. 이 의원은 왜 이런 전제를 달았을까요. 혹시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을 ‘특정 정치 세력’으로 낙인찍기 위해서는 아닐까요.

이런 논리는 자주 등장합니다. 집권 세력은 언제나 문제의 당사자들을 외부 지지 세력과 분리해 한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정치적 문제를 당사자의 문제로 한정시켜 당사자들을 고립시키려 합니다. 때로는 문제의 당사자임에도 그들에게 색깔론을 씌워 ’순수한 문제제기자’와 ’정치적 문제제기자’를 분리하기도 하지요. 밀양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이는 밀양 할머니들에게 연대하기 위해 함께 반대 운동을 벌이는 이들을 “외부 정치 세력”으로 규정해 색깔론을 펼친 것이 한 예입니다. 세월호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유가족을 도우려는 이들에게 ‘색깔론’을 제기하고 유가족들을 고립시키려 했지요. 심지어 일부 유가족의 정당 가입 경력을 근거로 색깔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세상에 정치와 분리된 ’순수한’ 문제가 정말 존재할까요.

무상급식에 대한 문제 제기자를 ‘순수한 학부모’나 ‘진심으로 학부모’라야 사과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규정하는 이 의원의 말 역시 당사자가 아닌 이들은 문제 제기조차 하지 말라는 말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혹은 당사자라도 ’정치적으로 순수한 사람만 문제를 제기하라’는 말이기도 하지요. 그렇게 하면 무상급식은 일부 학부모 당사자의 문제로 고립될 겁니다. 그리고 ’순수한’이라는 관형어는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지 못한’ 관형어가 되겠지요.

그런데 정말, 무상급식이 당장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을 키우는 학부모들만의 문제인가요. 한국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 아닐까요.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그래픽 정희영 기자 heeyo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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