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수사관들이 18일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 있는 경남기업 본사에서 컴퓨터 등을 압수수색하는 동안 한 직원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MB맨 성완종’의 경남기업 수사
(*성공불융자= 사업 실패 땐 융자금 탕감)
(*성공불융자= 사업 실패 땐 융자금 탕감)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첫 수사 대상으로 경남기업과 한국석유공사를 택했다. 세금 낭비로 직결되는 ‘성공불융자’를 고리로 삼겠다는 것인데, 자원외교 수사의 명분과 실리를 두루 염두에 둔 다목적 카드로 보인다.
검찰은 애초 업무상 배임죄의 ‘함정’에서 벗어나 자원외교 수사를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왔다. 업무상 배임은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를 해 본인이나 제3자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하는 경우’ 성립하는 범죄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지만 당시로서는 해볼 만하다는 경영상 판단이 있었다”고 당사자가 해명할 경우 이를 반증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 이명박 정권 초기인 2008년에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공기업 20여곳을 수사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했지만 줄줄이 무죄 판결이 나와 체면을 구긴 바 있다.
게다가 자원개발 사업은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라 배임 혐의의 입증이 더욱 어렵다. 이런 이유로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자원외교 수사가 성공하려면 배임을 넘어서 돈이 나와야 한다. 돈의 흐름을 포착하는 데 시간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어려움은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가 아프리카·남미·북미·러시아 등 해외 곳곳에서 벌어져 직접 확인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검 관계자는 18일 “자원외교 수사라지만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일어난 일을 수사할 수밖에 없다. 외국과 공조가 잘되면 모르겠지만, 기본적으로 해외에서 벌어진 일은 확인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뚫고 나가기 위해 검찰은 나랏돈이 들어가는 성공불융자의 애초 목적대로 돈이 사용됐는지, 다른 곳으로 빼돌린 것은 없는지를 파헤치는 쪽으로 수사의 초점을 맞췄다. 과장된 자료를 이용해 융자를 받아내거나, 돈을 엉뚱한 데 유용했다면 사기나 횡령죄로 처벌이 가능하다.
성공불융자는 이명박 정부 때 대폭 늘어, 2011년 이후 정부가 돌려받기를 포기한 금액만 37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남기업은 성공불융자를 받아 석유공사와 함께 러시아 캄차카, 미국 멕시코만, 카자흐스탄 카르포브스키 광구 등에서 석유·가스 탐사 프로젝트에 참여했지만, 사업은 대부분 실패했다. 경남기업이 지원받은 성공불융자금은 모두 350억여원인데, 검찰은 이 중 수십억원이 성완종 회장에게 흘러들어가는 등 상당액이 사업비 외의 용도로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혐의만 입증된다면 배임이 아닌 횡령과 사기죄를 적용할 수 있다. 석유공사도 잇단 유전개발 실패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2245억원의 성공불융자를 탕감받았다.
검찰은 석유공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성공불융자금 집행·관리 내역을 면밀히 분석할 예정이다. 성공불융자를 받은 민간기업들은 석유공사에 지원금 사용, 회계관리 내역을 보고하게 돼 있다. 압수물 분석 결과에 따라서는 융자받은 다른 대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성완종 회장은 의원 재직 당시부터 ‘친이계’로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80) 전 의원과 두터운 친분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수사의 불똥이 정치권으로 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성 회장은 19대 국회에 입성했으나 지난해 6월 공직선거법 위반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경남기업은 2010년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광산 사업 지분을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넘겼는데, 광물자원공사는 투자 약정 미이행을 이유로 기존 투자금의 25%(38억원)만 지급할 수 있었는데도 100%(154억원)를 지급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성 전 의원과 권력 핵심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라는 말이 나왔다. 경남기업이 2013년 법정관리로 가지 않고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과정에서도 주거래은행 쪽에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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