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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1인당 최소 10평’ 무상주택…결혼·출산·양육비도 ‘0원’

등록 2015-03-12 20:31수정 2015-03-13 08:22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30년 뒤의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모둠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30년 뒤의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 모둠별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소셜픽션-20대가 그리는 대한민국 ③ 2045 복지의 풍경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1박 2일 동안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복지 분야 참가자 11명은 팍팍한 현실과 행복한 상상의 ‘냉·온탕’을 오갔다. 학생 5명, 직장인 3명, 취업준비생 3명 등 각자 처한 상황과 배경은 달랐지만, 이들이 꿈꾸는 2045년 대한민국은 나이와 인종, 성별, 소득 등 편견과 차별로부터 자유롭고, 이웃이 피붙이보다 가까이 지내며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는 공동체다.

#1 나홀로 ‘다 함께’ 살아요

“지금 친구와 사는 집이 4평인데요…게다가 반지하예요.” 참가자 김아무개(24·직장인)씨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곳곳에서 작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김씨의 바람은 “습기 안 차고 곰팡이 없고 창문은 넓어 빨래 잘 마르고 요리할 공간이 있는 10평 정도의 집”이다. 역시 4평 남짓한 원룸에 살고 있다는 박아무개(25·취업준비생)씨의 소망은 “맛있는 걸 해먹을 수 있는 부엌”을 갖는 것이다. 작은 집에 조리대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 집에서 먹는 메뉴는 밥과 김, 김치라고 했다. 박씨는 “사먹고 싶은 건 많은데, 돈이 없다”고 말했다.

가정과 학교의 품을 막 떠난 ‘평범한’ 20대에게 수천만원에 이르는 보증금과 높은 월세는 넘을 수 없는 벽이다. 반지하 단칸방과 고시원이 이들을 품어낸다. 1인가구 청년들은 ‘외로움’과 ‘주거빈곤’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셈이다.

‘4평인데 반지하’ 한숨소리도
‘닭장’같은 아파트도 사라져

단순 주거 대신 담벼락 허물고
비빌 언덕 되는 공동체 탈바꿈

이에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가장 먼저 그린 것도 집이었다. 하지만 단순한 주거 공간 대신 서로가 서로를 돌보는 마을 공동체가 그려졌다. 크기가 제각각인 단층주택들이 나무와 꽃밭이 있는 정원을 둘러싸고 옹기종기 모여 있다.

‘나홀로 가구’가 점차 많아지다 보니, 제각각 해야 할 일을 이웃들과 함께 해결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되 필요할 때마다 서로를 돌볼 수 있는 최적의 배치인 셈이다. 거대한 ‘콘크리트 닭장’ 같던 고층 아파트는 층간소음 문제와 이웃간 관계맺기의 어려움 탓에 사람들이 더 이상 찾지 않는다고 했다.

혼자 사는 노인, 장애인, 동성 부부, 비혼 여성 1인가구, 다문화가족 등 가구 구성도 다양하다. 피붙이는 아니더라도 이들 가구는 이미 한 가족이다. 동성 부부가 입양한 아이를 옆집 사는 어르신이 함께 돌보고, 다문화가정의 어린이는 이웃집에 사는 시각장애인 ‘삼촌’과 함께 매일 오후 동네 산책에 나선다.

주민들이 함께 관리하는 마을 텃밭에서는 유기농 야채와 과일이 자라고, 주택 사이에 마련된 공동부엌에선 주민들이 함께 요리하거나 각자 음식을 가져와서 나눠 먹기도 한다. 농촌에서나 찾아볼 수 있던 마을회관은 도시에서도 ‘부활’한 지 오래다. 이곳에서 어르신, 청년, 아이들이 어울려 그림이나 악기 다루는 법을 배우고, 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반상회 겸 ‘파티’가 열리기도 한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자리한 풀밭에서 함께 기타를 치고, 황토로 꾸며진 주민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나눈다.

2045년에는 일과 가정이 어우러지는 삶이 가능하다. 매일 출퇴근 전쟁을 치르며 일터를 오가는 대신, 마을마다 조성된 ‘스마트워크센터’에 모여 필요한 일을 처리할 수도 있다. 집에서 입는 간편한 트레이닝복에 슬리퍼를 신고, ‘동네 마실’ 가듯 스마트워크센터에서 일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굳이 직장에 나가지 않아도, 스마트워크센터에 마련된 회의실에서 홀로그램을 활용해 동료들과 실시간 회의가 가능하다.

스마트워크센터 옆에는 어린이집이 있어 일하면서 동시에 아이를 돌볼 수도 있다. 일터에 나가더라도 오후 3시면 ‘칼퇴근’해서 아이와 함께 운동을 하거나 취미생활을 한다. 조금 바쁠 때는 이웃집 ‘이모’ ‘삼촌’ ‘할아버지’가 대신 돌봐주니 헐레벌떡 집으로 뛰어들어올 일이 없다.

영유아에 ‘부모와 함께할 권리’
국가에서 필요한 비용 지원해

초중고 ‘상상여행’ 필수교과로
중장년층엔 ‘이모작’ 프로그램

#2 생애주기별 맞춤복지 서비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걸 포기하는 ‘삼포세대’가 사라져서, 모두가 결혼하고 아이 낳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어요.”(양정언씨)

최악의 취업난을 뚫고 직장을 구하더라도, 20대에게 결혼-출산-양육은 버거운 인생의 숙제다. 주거비, 보육비, 사교육비 등 각종 비용 부담과 더불어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절대적 시간 부족, 그리고 가난한 노후 등 현재 한국 사회는 모든 생애주기가 위험하다. 청년들이 세대별 ‘맞춤 복지’ 필요성에 입을 모은 것도 이 때문이다.

청년들이 꿈꾸는 2045년에는 모든 영유아에게 ‘부모와 함께할 권리’가 주어진다. 부모와의 애착관계 형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만큼, 부모가 아이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시간적·물질적 지원이 제공되는 것이다. 엄마는 물론 아빠의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의무화되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아이를 위한 ‘양육휴가’를 쓸 수 있다.

아동학대는 중범죄여서, 아이를 학대한 부모는 친권 박탈은 물론 감옥에서 평생을 보내야 한다.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아동상담 전문가와 경험 많은 어르신들이 번갈아가며 마을회관에서 부모교육을 시행한다. 엄마와 아빠가 돌볼 수 없는 여건의 아이들은 동네 어르신들과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공동부모’로서 함께 키운다. 필요한 비용과 물품은 모두 나라에서 대주니 경제적 부담은 없다. 혼자 지내는 적적한 노인들이 친손주 키우듯 정성스럽게 돌본다.

‘미래 상상’은 초·중·고 교과과정의 필수과목이다.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 대신 훌쩍 여행을 떠나거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자신의 꿈을 찾는다. 몸과 마음이 성장하는 시기인 만큼, 외롭거나 불안해질 때가 종종 있다. 그럴 때는 학교와 마을 곳곳에 마련된 ‘마음 지킴이’ 상담소를 찾는다. 해법을 구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 얘기를 들어준다는 것 자체가 위안이 되는 것이다.

청년들에게는 ‘실패가 두렵지 않은’ 사회가 됐다. 오히려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돼, 청년들은 창업이든 학업이든 원하는 일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다. 2045년에는 주거복지법에 따라 1인당 최소 33㎡의 공간이 주어진다. 반지하, 옥탑방, 고시원 등을 오가는 주거빈곤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중·장년이 되면 ‘이모작 설계’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지원된다. 업무 경험을 살릴 수도 있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할 수도 있다. 하지만 2045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행복한 이들은 노인들일지 모른다. 사람을 만나고 여유롭게 살 수 있을 만큼의 연금이 나오고 의료서비스는 무상 제공된다.

특히 노인의 삶의 지혜와 경험이 사회적 자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청소년 상담, 부모교육 강사 등 ‘전성기’ 때보다 더 바쁜 날들을 보낸다. 선글라스를 끼고 스쿠터를 타며 바쁘게 이동하는 노인들을 거리에서 자주 볼 수 있다.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는 노인은 있지만,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노인은 없다. “내 삶이 자랑스러운 자존감 극치의 시절”(상상확장판 메모 중)이다.

안산/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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