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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강변북로서 자전거 타고…애인과 쓰레기 줍기 데이트

등록 2015-03-11 22:29수정 2015-03-12 11:32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행사장 창문에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놓았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지난달 28일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참가자들이 행사장 창문에 ‘살고 싶은 세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글로 써놓았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광복 1945, 희망 2045] ② 소셜픽션-20대가 그리는 대한민국
2045 환경의 풍경
모든 고속도로는 자전거만 다닐 수 있다. 서울 강변북로도, 올림픽대로도 자전거 전용도로로 바뀌었다. 자동차는 진입이 절대 금지된다. 골칫거리 폐기물이 된 자동차는 자전거나 카메라 몸체 등으로 재활용된다.

지난달 28일부터 1박2일 동안 경기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서 환경 분야 참가자 12명이 그린 30년 뒤의 대한민국은 ‘자동차 없는’ 세상이었다.

자가용 자동차는 폐차시키고
대중교통 수단들만 남겨
저녁되면 친구들과 로컬푸드 잔치

작은 마을 안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한 완벽한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여러 마을들이 포도 넝쿨처럼 이어진 대한민국에서 자동차는 더 이상 필수품이 아니었다.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김토일(25)씨는 “자동차는 폐차되고 큰 대중교통 수단들만 남아 있게 된다”고 30년 뒤의 미래를 그렸다. 개개인은 모두 ‘버스노선 박사’가 돼 있다. 개인적으로 필요한 장거리 이동은 몇대 남아 있는 전기자동차를 활용하면 된다.

더 이상 오물이 흐르는 하수관도 없어진다. 화장실 오수는 마을에 있는 퇴비제조 시설로 곧바로 보내진다. 한번 쓴 물도 집 안에 자체적으로 정수 시설이 있어서 다시 마실 수 있다. 모든 음식물쓰레기도 텃밭 등에 재활용되고, 하수관이 없다 보니 도로에서 더 이상 하수구 구멍도 찾을 수 없다. 깨끗한 물이 흐르는 실개천에선 알몸으로 수영도 할 수 있게 된다.

모든 문화는 ‘재활용’으로 통한다. 재활용 옷으로 멋을 낸 ‘친환경 패션’이 유행한다. 분리수거를 누가 더 잘하나를 겨루는 마을간 ‘경진대회’가 열리고 학교에선 분리수거 교육도 의무화된다. ‘맛집 기행 10선’처럼 ‘쓰레기 줍기 여행 10선’이 인기있는 여행지로 꼽힌다. 연인간의 데이트도 영화보기보다는 지구의 미래를 위한 ‘쓰레기 줍기’ 데이트로 이루어진다. 포장용기가 사라지면서 모든 소비자가 그릇을 갖고 다녀야 한다. 개인이 마실 음료수를 담은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집집마다 에너지·정수 시설
원전도 하수관도 사라져
30년 뒤엔 인간과 환경 공존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산업적으로도 재활용이 최고의 유망 분야로 떠오른다. 벤처 자금이 재활용 관련 기업으로 몰리고,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 10곳’은 모두 재활용 관련 기업이다. 재활용품에 디자인 등을 가미해 가치를 높인 ‘업사이클링’ 제품만 따로 파는 백화점도 등장해, 쇼핑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룬다. 환경부 역할 가운데 재활용 업무가 많아지다 보니 ‘재활용’ 장관이 새로 신설된다.

원전이 사라지고 에너지는 각 가정에서 태양광발전을 이용한 자립 시스템으로 바뀐다. 풍력발전도 보조적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동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아주 제한적인 곳에서만 이용된다. 태양과 가까이 갈수록 집전율이 높아지므로 날아다니는 태양광발전기도 등장해 전파 형식으로 전기를 쏘아준다. ‘에너지 자립 마을’이므로 송전탑도 모두 없어진다. 송전탑의 전자파 논란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어스름 땅거미가 지는 저녁이 되면 각 집과 마을 텃발에서 로컬푸드로 키운 상추와 오이, 깻잎 등을 따서 친구들과 모임을 열고, 가끔 마을 사람들 전체가 모여 잔치를 열기도 한다. 화학비료나 농약을 사용한 채소 재배가 사라지므로 ‘유기농’이란 말 자체가 사전에서 자취를 감춘다. 밤이 되면 어느 집에서나 별이 보이고, 반딧불이도 춤을 추며 축제를 벌인다.

살기 좋은 세상을 평가하는 기준도 확 달라진다. 농부가 최고 선호하는 직업이 되면서 ‘농부의 수’가 많을수록 좋은 공동체가 된다. 사람들간 포옹 횟수, 마을 텃밭 면적, 아이들 웃음의 크기가 중요한 행복의 척도가 된다.

생태를 파괴하는 ‘범법자들’한테는 그들의 행위가 삶의 공간을 어떻게 무너뜨릴 수 있는지 체험하는 벌칙이 주어진다. 컴퓨터그래픽 기법으로 미래의 모습을 현실처럼 보이게 하는 ‘증강현실 시스템’을 활용해, 범법자들이 헬멧을 쓰면 브라질 아마존 산림 파괴로 지구 전체의 산소가 줄어들고, 숨을 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지구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가 섬과 마을이 서서히 가라앉는 체험도 벌칙 목록 가운데 하나다.

각 집과 마을에는 “나는 자랑스러운 생태기 앞에 모든 생명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생태 깃발’이 펄럭인다. 소셜픽션 행사 참석자들은 30년 뒤의 대한민국을 이처럼 인간과 환경이 화해하고 공존하는 유토피아로 그려냈다.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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