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경기도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 참가한 20대들이 돈과 시간 등 적극적 미래 상상을 가로막는 현실적 장애물들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쓰레기통에 내던지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광복 1945, 희망 2045] ① 취업난
‘삼포세대’가 그려낸 ‘2045 노동의 풍경’
20대 청년들 무한상상 관찰기
‘삼포세대’가 그려낸 ‘2045 노동의 풍경’
20대 청년들 무한상상 관찰기
“뭐라고요? 그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사랑합니다~”
지난달 28일 저녁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가 열린 경기도 안산시 경기창작센터 강당에선 날선 논쟁과 토론 대신 이런 식의 ‘사랑 타령’이 곳곳에서 이어졌다. 생각이 다를 때 반박하는 대신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로 한 콘퍼런스의 규칙 때문이다. ‘살고 싶은’ 2045년의 대한민국을 상상하는 일에 현실의 잣대나 실현 가능성을 따지는 일은 무의미했다. 콘퍼런스가 진행된 1박2일 동안 참가자들은 “와, 멋져요”, “좋은 생각이에요”, “사랑해요”를 입에 ‘달고’ 다녔다.
소셜픽션(Social Fiction)은 특정한 주제 또는 공간에 대해 제약조건 없이 이상적인 미래를 그리는 기획을 말한다. 허무맹랑해 보였던 과학기술이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을 통해 공감을 얻고 현실화되는 것처럼, 소셜픽션은 우리가 만들어야 할 이상향을 먼저 그려놓고 그다음에 실행 계획을 짜는 기획이다. 다만 ‘이런 미래가 올 것’이라는 막연한 예측이 아니라, ‘이렇게 되면 좋겠다’는 염원을 담아야 한다. 상상이 변화를 이끌어낸다는 믿음이다.
“그게 말이 돼?”라는 비판 대신
“와, 멋져요” “사랑해요”로 칭찬
‘모든 것 가능하다’ 전제하에
미래 염원 담아 웃고 털어놓기 한겨레신문사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20대 청년 72명 스스로가 살고 싶고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을 꿈꾸는 ‘상상의 해방구’였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강요당하던 청년들은 마음속에 담아뒀던 불안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하지만 상상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그게 말이 돼?”라는 비판이나 “그런 게 설마 되겠어?”라는 의심을 받으면 자기검열이 시작된다. 위축되면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 콘퍼런스 첫날,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 전체 일정의 절반을 차지한 것은 그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등에 그 사람의 첫인상을 적은 메모를 붙였다. ‘모태 솔로’, ‘치킨 좋아할 듯’, ‘망나니’ 등이 강당을 활보했다. 본격적인 소셜픽션이 시작되기 전, 행사 진행을 맡은 희망제작소는 몇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이미 있는 것에 얽매이지 말자 △새로운 기획은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하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찾자 등이다. 현재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이루고 싶은 가치보다는 현실의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는 독려가 소셜픽션의 핵심이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민주화나 산업화 같은 획기적 변화는 누군가의 상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여러분이 상상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상상한 사회에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자리, 교육, 복지, 민주주의, 통일, 환경 등 6개 영역 11개조로 나뉘어 본격적인 소셜픽션이 시작됐지만, 한동안 침묵을 지키는 이들이 많았다. 복지 부문의 한 참가자는 “정책 토론인 줄 알고 관련 자료들을 공부해왔다”며 당혹스러워했고, 교육 분야에선 “내가 50대가 됐을 때 뭘 또 배운다는 건, 그 시기에 뭔가 포기하는 거 아닌가요?”라며 부정적인 생각부터 내보인 이도 있었다. 하지만 커다란 종이 위에 2045년 상상도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활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림은 의미가 제한되는 글자나 말에 견줘 창의성을 자극하는 수단이다. 쭈뼛거렸던 참가자들은 하나둘 크레파스를 집어들고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활주로와 방울토마토와 딸기가 익어가는 마을 텃밭, 장애인과 게이 부부,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가 어울려 공동부엌에서 함께 밥을 지어먹는 그림을 그려냈다. 취업준비생 이아무개씨는 “함께 터놓고 얘기하다 보니 집단상담을 하는 것처럼 그동안의 상처가 조금씩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 ‘나 혼자만 힘들지 않다’는 위로도 받고, 다 함께 꿈꾸면 몽상이 아닌 현실로 이룰 수 있다는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1박2일의 상상여행은 안산 세월호 희생자 정부합동분향소에서 현재와 마주하며 끝을 맺었다. “소셜픽션을 하고 다녀와서인지 유독 아이들의 꿈이 눈에 띄더군요. 나는 꿈을 이루고 행동할 수 있는 삶이 있는데 왜 이렇게 무기력하게 살았을까… 마음이 아팠습니다. 단순히 잊지 않는 게 아니라 다시 기억해 현실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가자 권미리씨의 다짐이다.
안산/최혜정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수석연구원, 김현민 인턴연구원 idun@hani.co.kr
“와, 멋져요” “사랑해요”로 칭찬
‘모든 것 가능하다’ 전제하에
미래 염원 담아 웃고 털어놓기 한겨레신문사와 희망제작소가 공동주최한 이번 콘퍼런스는, 20대 청년 72명 스스로가 살고 싶고 후손에게 물려주고 싶은 세상을 꿈꾸는 ‘상상의 해방구’였다. ‘삼포세대’ ‘오포세대’ 등 사회생활을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강요당하던 청년들은 마음속에 담아뒀던 불안과 고민을 털어놓으며 함께 울고 웃었다. 하지만 상상에도 기술이 필요했다. “그게 말이 돼?”라는 비판이나 “그런 게 설마 되겠어?”라는 의심을 받으면 자기검열이 시작된다. 위축되면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을 만큼 서로에게 친밀감을 느껴야 한다. 콘퍼런스 첫날, 자신을 소개하고 상대를 알아가는 프로그램이 전체 일정의 절반을 차지한 것은 그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행사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다른 사람의 등에 그 사람의 첫인상을 적은 메모를 붙였다. ‘모태 솔로’, ‘치킨 좋아할 듯’, ‘망나니’ 등이 강당을 활보했다. 본격적인 소셜픽션이 시작되기 전, 행사 진행을 맡은 희망제작소는 몇가지 원칙을 제안했다. △이미 있는 것에 얽매이지 말자 △새로운 기획은 새로운 기준으로 평가하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찾자 등이다. 현재에 얽매이기 시작하면 이루고 싶은 가치보다는 현실의 가능성을 먼저 고려하게 된다. ‘모든 것은 가능하다’라는 독려가 소셜픽션의 핵심이다. 이원재 희망제작소 소장은 “민주화나 산업화 같은 획기적 변화는 누군가의 상상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여러분이 상상하지 않으면 누군가가 상상한 사회에 살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28일 경기도 안산시 경기창작센터에서 열린 ‘광복 100년 대한민국의 상상, 소셜픽션 콘퍼런스’에 참가한 20대들이 ‘복지’, ‘일자리’ 등 6대 분야를 놓고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상상하고 있다. 안산/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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