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빛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지금 어떻게 살고 있습니까
한 해 동안 지켜보았다. 봄날 햇살에 담쟁이덩굴 너는 찬란히도 푸르고 눈부셨다. 가을 햇살에 붉게 물든 너를 바라보며 내 눈이 호사를 누렸고, 겨울의 문턱에선 사람의 인생과도 같이, 수액이 지나던 잎줄은 혈관이 막히듯 검게 변해 스산한 노인처럼 생의 막을 내리고 있구나. 곱게 늙어 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을 주워담으며 절실히 느낀다. 이른 아침 낙엽은 나무의 눈물인 양 이슬에 촉촉이 젖어 있고, 한낮의 낙엽은 노인네 피부처럼 쭈글쭈글해져 누르면 바스락 소리에 힘없이 부서져 버린다. 고향 시골에선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으며 이 가을을 보낼 것이다. 가슴이 아리도록 슬퍼 보이는 너와 한 해를 함께한 것이 행복했음을 저물어가는 가을 끝자락에서 깨닫는다. 내년에 또 보자꾸나. 프랑스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은 늦가을 낙엽을 이렇게 읊조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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